무엇을 소재로 삼든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이 아귀나 유령, 고양이, 몽마 같은 비현실적 요소들로 만든 이야기라도 그렇다. 그걸 쓰고 읽는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괴담집을 자처한다. 방금 말한 아귀, 유령, 고양이, 몽마를 소재로 한 괴담집이다. 이러한 비현실적 요소를 사용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혹은 위로다. 현실은 너무 자주 잔인하기에 관심과 위로를 위해 이런 상상력까지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했다.
읽기 전에는 뒤표지의 "한여름 밤의 젤리 소다 맛 괴담집"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젤리 소다 맛'과 '괴담집'이라는 표현을 붙여 쓰는 것이 어울리는가라는 희미한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읽고 나서 다시 보면 그러한 어색함 혹은 괴리는 말끔히 사라져있다. 이 상큼한 괴담집은 너무 자주 잔인한 현실에 동화적인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 채 도통 사라지지 않는다. 〈새해엔 쿠스쿠스〉라는 중간쯤에 있는 단편 때문이다. 이 단편은 가장 미워했지만 가장 자신과 닮은 언니와 주인공이 결국에는 서로에게만은 위안이 되는 이야기다. 따뜻한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과 다르게 '괴담'은 아니라서 좀 의아하다. 이 작품은 빠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튼 훌훌 읽기 좋은 소설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