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였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은 것을 보고 자란 아들의 마음이나 아버지가 두려워 지하방을 파고 관을 짜서 그곳에서 기거하며 무기를 숨겨놓고 살인을 하던 마음이나 그런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인 아버지의 마음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이해하기 더 어렵게 하는 이유는 관련 기록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사도〉의 후반부에서 묘사하듯 관련 기록이 정조의 요청에 의해 세초되었다. 역사와 공부, 예법을 그렇게 중요하게 가르치던 나라의 임금이 역사조작을 행한 것이다. 여러모로 후대의 우리가 그것을 온전히 파악하기가 불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한중록』의 신빙성을 증명하고 기존의 허무맹랑한 설들을 철저한 논증으로 격파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는듯했다.
그렇지만 나는 역사에 대한 태도나 반박에 대한 그런 것은 잘 모른다. 그저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넣어 죽인 마음은 무엇이었을지를 이해하고자 이 책을 읽었을 뿐이다. 그것이 어쩌면 사랑이 한 일이지 않았을까라고 하면 너무 낭만화하는 것일까. 어떤 일은 나의 이해에서 벗어나있다. 그런데 그런 일은 너무나 많다. 그만큼 나의 이해는 좁고 작고 세상은 넓고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