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같은 가시나

by 김감감무

먼저 나가야 해서 쪽지 남겨요.



이 쪽지 눌러놓았던 물 한 잔 드시며 읽어주세요.



나는 당신이 자는 동안 당신이 하는 말과 하는 행동을 지켜봐왔어요.



당신은 나와 자기 위해서 나를 만났지만, 나는 당신과 누우면 잘 수 없었거든요.



당신이 잠결에 그녀의 이름을 찾아 헤매듯 말하며 스스로와 나를 번갈아 만져대는 걸 겪으면 잠들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껍데기로서의 시간을 이제는 끝내려고요.



나는 나예요.



내가 온전히 나이기 위해서는 나를 껍데기로 써먹던 당신이 없어져야만 해요.



그래야 나는 온전히 나일 수 있어요.



없어져주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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