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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정병설, 『시민 없는 민주주의』

by 김감감무

정치인들이 ’민주주의‘를 말할 때마다 늘 의아했다.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에게 주권이 있는 정치의 형태라고 하지만 전혀 체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출직이니 대의제니 말로만 떠들어댈 뿐 정치와 일상의 거리감을 늘 느끼며 살아왔다. 그것은 특히 이번에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도 시민이 할 수 있었던 일이 그저 광장에서의 시위와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 형성뿐인 것을 보면서 더욱 진하게 느꼈다. 우리를 대표하라고 뽑아놨는데 우리에게 총을 겨눈 사람을 끌어내리고 싶은데 왜 추위와 불안에 떨어야 한단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나날들이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바로잡으려던 정병설 교수의 『권력과 인간』을 좋게 읽었고 이 책도 정말 좋게 읽었다. 내가 살면서 늘 두루뭉술하게 의아해했던 것들을 정병설 교수 특유의 고착화되어있는 무언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서 잘못된 것을 깨부수고 원론으로 돌아가서 다시 정립하는(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서술을 읽는 것은 인기 많아서 수강신청하기 힘든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하는 이상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래도 뭐 지향점은 원래 그렇게 두는 것이지 않을까.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다고 한다. 인간의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고 완성이지 않다. 멀다고 출발도 안 하면 고여서 썩을 뿐이다. 좋은 책이다. 두고두고 읽을 책.


"이들 제도는 모두 눈앞의 정치에 급급한 사람에게는 허황된 논의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공부하면,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로 가자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제도다.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에 대해 논의한 후에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를 단단한 반석에 올려둘 때 반드시 필요한 민주주의 교육과 그에 맞는 인간상에 대해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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