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연옥, 『가족을 갖고 싶다는 착각』

by 김감감무

독립출판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쓴 사람에게는 소중한 글이겠지만 출판될만한 수준의 글이 아닌 경우가 태반인, 쓴 사람에게만 소중한 글인 경우를 많이 봐서 그렇다. 그냥 책의 모양을 한 누군가의 인스타 소개와 이력서에 무슨 무슨 책의 저자 한 줄을 추가하고 싶어서 저지른 종이 낭비의 경우 또한 많이 봤다. 그래서 도통 독립출판물을 좋아할 수가 없다. 아닌 책도 있겠지만 태반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저 편견일까.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세상에 차고 넘치는 좋은 책을 두고 굳이 독립출판물을 읽을 이유를 나는 찾지 못했다.

이 책처럼 나도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내 고백은 독립출판물 싫어한다는 부스러기 같은 짜증일 뿐이라면 저자는 이 책에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꺼내놓는다. 미래의 우리를 위해 과거의 나를 현재의 너에게 고백한다. 가정폭력을 원인으로 피어난 여러 문제를 저자는 책에 각인하듯 적어놓았다. 쓰고 그것을 출판함으로써 이것은 그저 개인적인 화합을 위한 용기를 넘어서 세상을 향한 위로로 진화한다.

이는 핑계와 대척점에 있는 언어다. 농구 팀원들과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좁밥들은 꼭 핑계를 댄다"라는 말이다. 좁밥들은 꼭 핑계를 댄다. 그들에게 슛이 안 들어가거나 수비 빵꾸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닌 다른 무언가의 탓이다. 문제를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에 두어야만 그들은 코트에 서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문제라는걸, 자신이 좁밥이라는 걸, 수비가 빵꾸가 난 것이 자기 탓이라는걸, 슛이 안 들어 간 것은 자기 하체가 부실하기 때문이란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평생 좁밥으로 머무른다.

자기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사람은 강해진다. 운동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나를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일 리가 없다. 이 책은 회고록이기도 하다고 느껴졌다. 강한 사람만이 이런 이야기를 쓰고 책으로 낼 수 있다. 저자에게는 회상인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로 읽힐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도 독립출판물은 10년에 한번 읽을까 말까 할 것 같다. 이번의 그 한 번이 이 책인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김영하, 『작별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