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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김영하, 『작별인사』

by 김감감무

아직 안 읽어본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보는 것은 언제나 기대되는 일이다. 그가 나온 방송을 좋게 봤고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라는 말을 좋아한다. 작품세계와는 좀 무관한 것이려나. 어쨌거나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좀 기대했는데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문학은 돌려 말하기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허구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감추고 있는 작가가 포착한 진실이나 현실의 무엇이 소설이자 문학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계속되는 진부함과 낡은 문장, 직접 말하기의 나열에 황당했는데 그 황당은 달마와 선이의 대화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렇게까지 소설이 아닌 것을 써도 되나 싶었다. 이 황당함은 작가의 말 끄트머리에 그 대화 부분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책을 참고했음을 밝힌 것을 보고 짜증으로 바뀐다.

SF 소설의 재미는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럴 여지가 전혀 없이 계속해서 인물의 입을 빌려 어떤 생각을 쭉 늘어놓기만 하는 게 애초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형태를 빌린 독후감인가. 황당하다.

재미, 진지함, 새로움 이 세 가지가 SF 소설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이지 않을까. 세 가지 모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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