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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박현, 『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by 김감감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다. 이쪽에 선 나는 저쪽에 선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저쪽에 선 너는 이쪽에 선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틀린 것이 아니다. 건강한 정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한다. '틀린'게 아닌 '다른'것이다. '너는 틀렸다'라며 싸우는 게 아닌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궁리하는 것이 건강한 정치이지 않을까.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의 정치가 '다름'이 아닌 '틀림'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온 국민이 함께 목격하게 된 폭력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지만 12.3 내란 사태는 그리 느닷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예감한 사람들도 많다. 그것은 그저 어떠한 흐름의 최정상 혹은 폭발 같은 것이었다. 징조는 진즉부터 여기저기서 나타나왔다. 이 책은 그 흐름의 전조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보고 정리한 기록이자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제시다. '틀린'것을 바로잡고 '다른'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자는 외침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 마시라. 근육은 상처를 회복하며 더욱 강해진다. 역사를 읽는 마음가짐은 그래야 한다. 게다가 진행 중인 역사이지 않은가.

감정을 누르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정리하시느라 애쓰신 게 느껴진 책이었다. 그날의 무력함이 또 몸을 서늘하게 한다. 무지와 무관심을 반성하게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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