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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이승우, 『검은 나무』

by 김감감무

읽고 있던 책이 재미없어서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이승우를 검색했는데 나오길래 찾아가서 사 온 책이었다. 이런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 외에 아는 것은 없었다. 펼쳐보고서야 이 책이 선집이고 <검은 나무>도 다른 단편집에서 읽은 작품이란 걸 알게 됐다. 수록되어 있는 다른 단편들도 이미 다른 단편집에서 읽은 작품들이었다. 하나같이 이승우의 굵직한 단편들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그의 단편을 되돌아보는 기회였는데 좀 아쉬웠다. 작품 때문이 아니라 오타가 너무 많아서였다. 완벽하게 편집돼서 나오는 책은 없다지만 좀 심한 편이었다.

그래도 작품 선정은 좋았다. 어떤 기준으로 추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왜냐하면 그는 한결같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일관되지만 매번 다르게 같은 걸 써 왔기 때문이다. 다르지만 같다. 여럿이지만 하나고, 하나가 여럿이기도 하다.

신학도로서 현실과 이상의 고뇌를 소설로 승화시킨 <고산 지대>와 카프카적인 환상문학 <선고>, 나의 존재와 타인의 관계를 다룬 <부재증명>은 특히나 좋다. 성에 대한 환멸이 유독 짙은 <하루>는 여전히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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