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이승우, 『생의 이면』

by 김감감무

『생의 이면』은 내가 독서를 시작한 계기인 책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게 된 계기인 책이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꾸준히가 더 중요하다. 세상에는 시작보다 꾸준함이 만들어낸 이로운 것이 더 많다. 그렇다고 뭔가를 만들어낼 작정으로 꾸준히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생의 이면』 한 권을 더 잘 이해해 보기 위한 노력 혹은 여정처럼 책을 읽고 있다면 다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실례가 될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다.

실제로 이 책은 다양한 문학적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는다. 보르헤스와 지드의 『좁은 문』, 『데미안』, 『 사랑의 기술』… 그래서 나는 그런 작품들을 읽으며 골머리를 썩는(행복하게^^) 얼마간을 지내다가 다시 이 책을 집어 든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저번에 읽었을 때는 뭔 소린지 잘 몰라서 졸며 읽었던 신학생 시절의 이야기. 그것은 단편 「고산지대」와 다름 아니란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그런 반면에 늘 그곳에 있는, 그래서 반가운 고독 또한 있다. 아버지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곁에 있어줄 수 없었던 어머니, 정신적 고아 상태의 박부길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쓰라리지만 반가운 고독이 늘 그곳에 있다. 공동의 아픔, 공감 또한 내가 자꾸만 이 책을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듯 읽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이승우 작가는 어느 지면에서 "책 한 권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이 필요 없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한 권이 중요하다. 그 한 권을 계속 읽고, 습작하면서 내 글을 쓰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다."


이승우에게 그런 책은 이청준의 『소문의 벽』이었다고 한다. 나에게는 물론 『생의 이면』이다. 자꾸만 읽게 하고 자꾸만 쓰고 싶게 한다.

겹겹이 덮어씌우 듯한 그의 감추기. 그러나 쓰기. 씀으로써 감추는 이 소설이 내게 그 한 권이다. 다음에 읽을 때는 또 어떻게 새롭고 얼마나 반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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