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by 김감감무

바보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야기의 의도가 풍자라는 것에 우리는 익숙하다. 다만 누군가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시선은 절대적이지 않다. 시대, 상황 등의 조건에 따라 유동적이다. 저자의 시공간과 성향 또한 그러함은 당연하다. 그는 그의 시공간에서 무엇을 풍자하고자 했는가.

심플하게 말하면 온 세계를 누비는 캉디드라는 낙천적인 천치를 통해 그가 툭하면 외치는 “이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다”라는 캉디드의 생각을 비꼬고자 했던 것 같다. 이는 아주 대단하고 지독한 풍자였을 것 같다. 유럽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읽어도 그렇게 느끼니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라는 캉디드의 말로 소설은 끝난다. 현실이 그리 최선의 세계가 아님을 깨달은 걸까. 철이 든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보단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낙관은 눈을 흐리게 할 뿐이다. 눈이 있어도 앞을 보지 못하는 인물들은 우린 더러 알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온 천지를 다 까면서도 유쾌하고 술술 읽히는 고전 소설이 있다니.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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