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읽은 책들의 목록을 훑어보면 나는 대충 읽으면 위화감만 느낄 수도 있는 고생 모르고 자란 도련님들의 푸념 같은 소설들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고전들 많지 않은가. 베르테르라던가 수레바퀴나 호밀밭, 퇴를레스 같은 보물들 말이다. 그런 책들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감명의 여운을 떨쳐내지 못하고 오래도록 느끼곤 했다. 감명은 공감으로 바꿔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고생을 모르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그런 책들의 주인공과 작가들과 공유하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이 책도 그랬다. 나는 어떤 분야의 2인자나 되는 실력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공감 가는 것들이 있었다. 압도적 재능 앞에서의 굴복이나 삶의 허무에 사로잡혀 안으로 점점 곪아가듯 하는 그... 내가 나를 잡아먹는 상태. 그러다 내가 나를 정말 잡아먹어버린.
살리에르 증후군에 대한 소설이라기보단 좌절에 대한 소설로 읽는 게 맞는 것 같다. 서사랄 것도 거의 없는 이 소설에서 나는 좌절을 읽었고 공감했다. 그러나 나는 그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문학은 거울이다. 우리 자신을 비춤으로써 더 나아가게 하는.
주저리주저리 늘어만 놓는 구린 독후감이지만 좋은 책을 읽고 뭐라도 간만에 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