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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Mar 26. 2022

캉탕 - 이승우


종종 목적지 없이 산책을 하곤 한다. 평발이라 걷기보단 따릉이를 탄다.  가본 길을 가보자고 마음먹고는 아무렇게나 달려본다. 그러던 어느  신호등 맞은편에서 동생을 마주쳤다.

"형~! 어디 가!!"


"? 몰라 하핳ㅎㅎㅎ"​


알 수 없다. 내가 나인 게 숨 막힐 때가 있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익숙함은 습관이고 그것은 나를 설명해 준다. 책상 위에 쌓인 새 책들. 각종 문제집들과 마시고 치우길 깜빡한 제로콜라 캔. 너저분하게 걸려있는 옷들. 사계절 내내 트는 전기장판들 전부 잊고 신선한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을 맞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산책은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삶은 산책처럼 훌훌 털고 나갈  있는  아니다. 흔히 삶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런데  길기도 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걸어가고 싶은데 나도 잊어버린 과거가 발목을 붙잡는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한다.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럴 순 없을 것이다. 현재의 나를 계속 옥죄는 과거의 올가미가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그것조차 나니까.

아 이게 무슨 소리들인지 도대체. 내가 써놓고도 무슨 소리들인지 모르겠다. 엉망인 글이다. 글자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캉탕의 그 바다. 찰랑거리는 그 파도의 유혹만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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