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목적지 없이 산책을 하곤 한다. 평발이라 걷기보단 따릉이를 탄다. 안 가본 길을 가보자고 마음먹고는 아무렇게나 달려본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호등 맞은편에서 동생을 마주쳤다.
"형~! 어디 가!!"
"나? 몰라 하핳ㅎㅎㅎ"
알 수 없다. 내가 나인 게 숨 막힐 때가 있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익숙함은 습관이고 그것은 나를 설명해 준다. 책상 위에 쌓인 새 책들. 각종 문제집들과 마시고 치우길 깜빡한 제로콜라 캔. 너저분하게 걸려있는 옷들. 사계절 내내 트는 전기장판들 전부 잊고 신선한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을 맞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산책은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삶은 산책처럼 훌훌 털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흔히 삶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런데 참 길기도 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쭉 걸어가고 싶은데 나도 잊어버린 과거가 발목을 붙잡는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한다.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럴 순 없을 것이다. 현재의 나를 계속 옥죄는 과거의 올가미가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그것조차 나니까.
아 이게 무슨 소리들인지 도대체. 내가 써놓고도 무슨 소리들인지 모르겠다. 엉망인 글이다. 글자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캉탕의 그 바다. 찰랑거리는 그 파도의 유혹만이 머릿속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