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유일하게 나 말고 독서를 좋아하는 선배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서로 좋아하는 장르가 다른데도 독서가 취미인 사람을 만나니 반갑지 않냐는 얘기, 어려운 책을 읽어보고 싶을 때 가끔은 무작정 들이박고 보는 깡이 있어야 한단 얘기와 갈수록 짧아지는 집중력 등등 얼마 전 이웃님과 만났을 때와 비슷한 얘기들을 나눴던 것 같다.
그리고 독서의 피로에 대한 얘기까지. 독서는 좀 피곤한 취미다. 운동보다 더 힘들기도 하다. 자세는 불편하고 졸리고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너무 많다. 읽다 잠들어서 포기한 책이 책장에 한가득이다.
세상에 남아있는 아름답고 중요한 고전들을 읽는데도 바쁘지만 힘들 땐 내려놓고 그냥 재미 위주의 편하게 읽을 만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영화도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회사 동료가 준 이 책은 표지부터 특유의 스릴러 느낌을 담고 있다. 이런 부류의 책을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도 이런 느낌의 표지였는데. 이런 책들의 특징은 문장이 상당히 직관적이라 술술 잘 읽혀서 영화를 보는듯한 생생함이 있다는 것이다.
늪과 숲에서의 생활, 문명에서 떨어져 자라온 사람의 심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 애증, 피 냄새 풍기는 추격전의 표현들이 너무나 생생했다. 너무 많아서 지루했던 회상들은 제이콥과 헬레나의 애증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재미를 위해 과장이나 비현실적, 유치하고 진부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잘 어우러지기 위해 노력한 게 느껴지기도 했다.
애증이란 참 묘한 단어다. 사랑과 미움의 합성어라니 씁쓸하다. 그러나 그만큼 이 부녀에게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우리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아보게 된 책이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와 역사, 자연의 아름다움, 부모 자식 간의 애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담은 재미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