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노인스포츠지도사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고 있었다. 관장님과 시험에 대해 통화를 하고 있는데 농구 코트에 사람이 있는 게 보였다. 작년에 생체 2급 시험 볼 때 봐서 거기 농구 코트가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땐 아무도 없어서 바로 집에 갔다. 이번에는 농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어서 집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코트로 들어갔다.
그분에게 같이 공 좀 던지면 안 되냐 물었다. 흔쾌히 수락한 그분은 내가 슛을 던지는 걸 보더니 농구를 오래 하신 거 같다 했다. 어릴 땐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공을 만져본 게 거의 이 년 만이라고 답했다. 정말 그랬다.
공만 던지면 심심하니 일대일을 하자 했다. 그분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성장이 끝나지 않아서 밸런스가 불안하겠지만 가벼워서 가장 스피드가 빠를 나이였다. 빠른 사람을 상대하는 걸 싫어해서 자신 없었지만 결과는 내 승리였다. 마지막 골이 들어가고 나서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좌절과 생기가 섞여서 담겨있었다.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옛날의 내가 벽을 느낄 때마다 저런 눈을 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열정에 비해 아쉬운 실력을 지닌 친구가 안쓰러웠다. 내게도 있었던 시절이다. 한수 배우고 싶다길래 한 시간 동안 문제점과 연습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가다 말고 공을 잡아서 함정에 빠지는 버릇 고치기, 왼손 연습, 슈팅 리듬과 스텝, 공 지키기, 코트 전체를 보는 습관 들이기, 혼자 왔을 때 연습하는 방법, 친구랑 왔을 때 연습하는 방법 등등 알려줘야 하는 것들을 최대한 알려줬다. 짧은 시간이라 다 습득하지 못하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집에 가는 길 내내 그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나는 농구를 막 시작했을 때 운 좋게 동네 농구팀에 가입하게 됐고 그 팀의 에이스였던 형이 농구 전공자라서 잘 배울 수 있었다.
성취에는 운도 따라줘야 하나보다. 열정이 있어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좋은 지도자를 만난다면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내가 우연히 형님을 만나 농구를 배운 것, 관장님을 만나 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볼 정도로 성취를 이룬 것들은 내게 큰 행운이다. 어느 저녁 한나절밖에 알려주지 못했지만 나도 그 친구에게 행운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