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말았지만 원펀맨이란 만화 참 재밌게 봤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한 탓에 되려 권태를 느끼는 주인공이란 설정이 매력적이라 흥미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마음이 간 건 사이타마를 본받아 열심히 수련하는 제자 제노스였습니다.
사이타마와 대련을 하고 나서 제노스가 선생님의 실력에 다가가는 이미지가 상상이 안된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보다 만 만화인데도 이 장면과 대사만큼은 늘 가슴 한켠에 남아있었습니다. 아득한 경지에 이른 누군가를 마주하게 된 인간의 솔직한 심정이 공감 가서였습니다.
저는 어느 하나 압도적으로 잘하는 게 딱히 없습니다. 최근에야 마음을 비우고 좀 즐기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태권도가 그렇고 농구가 그렇고 웨이트 트레이닝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종목마다 아득한 경지에 도달해있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관장님과 친구와 친동생이 각각 그렇습니다.
저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크신 관장님의 발차기를 피하지 못하고 제 발차기를 맞추지도 못합니다. 친구의 돌파를 막지 못해 파울을 해버립니다. 동생과 하체 운동을 하다가 블랙아웃을 경험했습니다. 그들과 나의 간극을 마주할 때 느꼈던 감정은 제노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하잘것없다는 걸 느꼈음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분 좋게 두근거립니다. 제가 느낀 건 좌절이 아닌가 봅니다. 어휘력이 부족해 제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 경험을 통해 더욱 노력하게 됐습니다. 가고 싶고 닿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나 봅니다. 저는 더욱 움직이게 됐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게 됐습니다.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솔직히 없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닿지 못할 거 뭐 하러 땀을 흘리냐는 말을 하는 이들이 비아냥거려도 상관없습니다. 그들 삶에 흐르는 냉소는 우리의 열정을 감히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허함의 노예가 된 이들의 물귀신 작전에 당해선 안됩니다.
정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