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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무엇일까

by 김하비



내 인생을 아카이빙 한다면 주제를 '주변인의 기록'쯤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오늘 문득 떠올랐다.

잘하는 일은 많지만 프로인 분야는 잘 없는, 그런데 또 뚜렷하게 못하는 일은 없는 사람이니 모든 일에 대한 '주변인' 정도로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문어발 주변인... 어쩌면 지네발...?)



매사 행위를 관통하는 '본질'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정작 내 정체성은 '주변인'이라니.

조금 씁쓸했지만, 어쩌면 평소 '본질'이라는 단어를 곡기보다 더 자주 떠올리는 것도, 삶에 개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에게 푹 빠지는 것도 결국 내게 결여된 부분을 좇는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껏 내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게 해 왔던 모든 고민의 앞뒤가 꼭 맞아 든다.

가장 원하는 단 한 가지이지만 아직 갖지 못한 것이 단단한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고유함에서 파생된 '인생의 맥락'을 갖고 싶어 해 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항상 나라는 사람과 명쾌하게 연결되는 단어가 없는 것이 괴로웠다.

'OO인 사람', 'OO를 하는 사람'처럼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사람이 되고 싶으나, 슬프게도 나에게는 아직 그런 정의가 없다.


단순하게 한 업무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른데, 한 직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닌 어떤 큰 분야를 통달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대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어쩌면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다루는 것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결국 내 모든 고민은 부재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30살이 넘는 이 시점까지도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여전히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질문들을 답이 없음에도 인간으로서 영원히 탐구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알맞은 고민 속에 살고 있나 싶기도 하다.




삶에 맥락이 있으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 일을 사랑하는 마음에 푹 젖어들어, 모든 순간에 그 대상에서 파생된 정체성이 묻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삶의 궤적을 따라 흐르는 일치된 정체성이라고 할까. 또는 사명감.

사명감도 너무 무겁다면 일상의 자긍심.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뭘 하고 싶을까.

내 안에서 비롯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주인공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도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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