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성장의 시작은 부정적 감정을 마주한 순간이다.
나는 기초수급자였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주인집 옆 단칸방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겨우 겨우 상황이 나아져 20대가 되어 산 곳은 10평짜리 영세민 아파트였다. 35살이 된 지금은 꼬마빌딩 주인이 되어 원룸에 사는 집주인으로 살고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학벌도 좋은 직장도 아닌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열등감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등감? 남과 비교해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감정이 어떻게 내 인생을 바꿔 줄 수 있었을까?
부정적 감정이 부정적 결과만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 글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가난에 대해서 엄청나게 인식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비슷한 동네에서 비슷한 가정환경에 친구들과 자랐기에 고만 고만하다고 생각했다. 동네 친구들과 잘 지냈고 소위 무리에서 리더 역할을 해왔기에 친구들 사이에서의 불편한 감정과 비교의식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고 공부는 잘하진 못해고 반에서 중간 이상 정도는 했기에 스스로 자존감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소위 말하는 잘 사는 동네 친구들을 처음 보게 되었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공부는 공부대로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운동도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경제적인 것 외에 나를 지탱해주던 것들이 더 이상 자존감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외모, 공부, 운동 모든 게 어중간해졌고 경제적 상황은 친구들과 비교해서 바닥이었다.
교복 외에 마땅한 메이커 옷 한 벌이 없어서 쉬는 날 친구들과 놀러 다닐 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비교하기 시작했고 열등감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용돈을 넉넉하게 받고 입고 싶은 옷을 사 입는 모습 고등학교 3년 내내 졸랐지만 가지지 못한 mp3를 아주 쉽게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다.
나의 열등감을 정통으로 직면한 순간은 20살이 되었을 때였다. 입시 실패 후 재수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시절 맨몸으로 재수하기가 두려워 억지로 대학을 다녔지만 대학생활은 나에게 최악의 선택이었다. 맘에 들지 않는 대학생활이 재미도 없었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어 대학생활을 걱정 없이 즐기는 친구들과 또다시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괴로워졌다.
대학 등록금은 꿈도 꾸지 않았고 20살이 되면 알아서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해야 됐던 나는 교재값, 교통비,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주말 알바뿐 아니라 공강 시간에 일용직 알바를 하면서 대학을 다녀야 했다. 당연히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은 없었고 가끔 놀 때면 술값이 마음에 걸려 맘 편히 놀지도 못했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혼자 먹기 창피해서 pc방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생활이 길어질수록 점점 마음속에는 남과 비교하는 열등감에 사로 잡혀 원망과 불평불만에 마음이 쌓이면서 내가 정말 해야 될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허덕거리는 삶을 살았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인생에 중요한 마음을 먹고 선택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만큼은 더 이상 가난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내가 해야 될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주저 없이 대학 자퇴부터 했다. 대학생활 4년과 몇천만 원 학비를 들여서 내가 얻는 게 별로 없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무엇보다 당장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구질구질하게 열등감에 휩싸여서 미래를 위해 발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자퇴를 하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하는 일 밖에 없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세상에 대한 경험과 나만의 능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선택한 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을 구했다. 15년 전만 해도 sns가 없었고 사람을 만나는 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돈을 번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낮에는 레스토랑 밤에는 바에서 일을 했다.
분명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공부 잘하는 친구를 따라 하다가 성적을 올려본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친구들에게 느낀 열등감이 나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괴로운 마음들이 힘들고 지쳐도 더 노력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전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하면서 일을 했다. 돈은 적었지만 그때 얻었던 경험과 몸에 쌓인 지식들은 나를 지금에 모습으로 바꾸어준 원동력이었다.
만약 내가 열등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긍정적인 마인드로 친구들과 잘 지냈다면 20대 초중반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캠퍼스의 낭만적이 추억이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가난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게 살 수 있는 30대가 되지는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
지금은 열등감이 사라졌을까?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괴로운가 묻는다면 과거처럼 괴롭지는 않다. 지금도 나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어릴 때처럼 멀리하거나 티를 내진 않는다.
반면에 여전히 열등감은 내가 쉬지 않고 노력하게 되는 원동력 중에 하나이다. 남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폄함 하지 않고 열등감을 동력 삼아서 비교하며 나의 부족한 점들을 보고 고치려고 한다. 지금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일을 하고 있다.
가끔 나와 비슷한 열등감에 휩싸였지만 행동은 전혀 다른 안타까운 사람들을 보곤 한다. 자신의 불운한 환경에 휩싸여서 나아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빠져 포기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가장 가까운 나의 형이 그렇다.)
나는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보다 원동력을 삼아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가 말하고 싶다. 당연히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과거에 살고 감정에 빠져 있다면 장밋빛 미래는 내 인생에 전혀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기 계발서가 아닌 밑바닥에 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지금은 인생이 아름답다.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고 나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수록 인생을 살만하고 재밌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빛과 어두움은 존재하지만 내 인생을 빛으로 만드는 건 결국에는 나의 마음과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껴 봤으면 좋겠다.
나도 여전히 열등감에 좌절감을 느낄 때면 15년 전에 썼던 나의 일기를 보고 화장실에 밖에 살던 집의 사진을 돌이켜 보며 스스로를 동기부여시키곤 한다. 유튜브에 좋은 영상들로 동기부여받는 것도 너무 좋지만 나는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동기부여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꾸준함을 만든다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 자체를 미워하기보다 부정적인 감정조차 나의 감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당신에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수많은 SNS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타인들과 비교로 우울하다면 우울감에 빠지기보다 나도 멋진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하는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다. 당신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열등감을 떨쳐 내라는 수많은 전문가의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진짜로 떨쳐 낼 수 있는 건지 나의 마음의 그릇에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떨쳐내진 못해도 열등감과 같이 동반하면 잘 살아가는 방법들은 분명히 있다.
인생의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의 열망과 욕심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 당신이 지금 당장 해야 될 일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것부터 시작해보자. 무단이탈됐던 선로에서 다시 행복의 선로로 출발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