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흔들리지만 멈추지 않는 성장 이야기

by 김현

예린이는 체구도 작고, 조용한 편이었다.
수업 중 질문을 던질 때마다 돌아오는 건 짧고 무기력한
"몰라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면서도, 어쩐지 예린이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린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바로 제빵을 할 때였다.

"선생님, 저 제빵 학원 다녀요!"

환하게 웃으며 자랑하던 예린이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순간의 빛나는 눈동자는 마치 별을 품은 듯했다. 저 아이가 저렇게 생기 있는 눈으로 나에게 말을 건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나도 덩달아 기뻤다.

"정말? 어떤 빵을 만드는 게 제일 재미있어?"
"슈크림 빵이요. 다음에 학원에 가져올게요."

또래 친구들이 예비 중등 과정으로 학원과 공부의 늪에서 헤매는 동안, 예린이는 자신만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제빵 학원에 다니며 직접 빵을 만드는 법을 배웠고, 문제집 대신 밀가루를 만지며 쿠키를 구웠다.

예린이가 빵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줄 때,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마다 환하게 웃던 모습은 참 인상 깊었다. 그때의 예린이는 누구보다도 자신감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린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예린이는 어머니 표현대로라면 '양말 속 뒤집어지듯' 변했다.

"걔가 몇 시에 일어나는 줄 아세요? 6시요. 출근하는 아빠보다 더 일찍 일어나 얼굴 문지르고 머리 만진다니까요."

수수하고 조용했던 예린이는 어느새 화장을 하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며 활기찬 또래들 속에 섞이려 애쓰고 있었다.

제빵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주말마다 다니던 제빵 학원은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했다.

"실기는 자신 있대요. 근데 필기가 어렵대요. 제빵 필기 시험에도 번번이 떨어지고..."

어머니는 "제빵사가 꿈이라면 더 열정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답답해했다.

예린이의 변화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분명 제빵사가 되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린이의 나이와 변화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


생각해보면 나 역시 중학생 때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원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게 다였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있었지만 내 인생을 설계할 만큼의 경험과 안목은 부족했다.

그냥저냥 다른 친구들처럼 열심히 공부 하다가
대학에 가고 나서야 겨우 '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다.
목사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된통 깨져보기도 하고, NGO 활동가를 꿈꾸며 말레이시아로 향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짐 챙겨 돌아왔다. 그러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닫고 지금은 독서논술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좋아하는 걸 하나씩 해보며 길을 찾아갔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난 지금 꿈을 이룬 걸까?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앞길을 고민하며 매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쓰는 일도 그중 하나다.


*



"넌 그래도 꿈이 있잖아. 제빵사 된다며."

진로 수업 중 다슬이가 예린에게 건넨 말이었다.
예린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나는 예린이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지금은 뭐가 되고 싶은지 딱 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제빵사가 될 수도 있고, 댄서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그냥 행복하게 사는 사람일 수도 있어."

예린이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길고 복잡하다.
예린이의 변화도 그 과정의 일부일 것이다.


중요한 건 꿈을 빨리 찾느냐가 아니라,
그 길을 걸어가며 자신을 알아가는 순간들이다.


때로는 방황도 하고, 다른 길로 새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걸음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은 조금 멀리 돌아가더라도,
언젠가 자신만의 길 위에서 눈부시게 빛날 거다.

그리고 나도, 학생들과 함께 자라며,
내 꿈의 조각들을 모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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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