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1

by 김문

비가 내린 직후라 서늘하기보단 습한 공기와 함께 절망감과 우울함이 뒤섞여 온 몸을 감싼 밤이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어버린 채 홀로 둥둥 떠다니는 존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존재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곱씹으며 내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누가 됐든 한 번 이 감정을 터놓는 순간 그 사람에게 계속 이 우울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이 감정을 혼자 끌어안았다. 미래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몇십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단 생각이 들자마자 인생이 너무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무슨 약속을 하든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크림빵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크림빵 하나로 내일이 기대가 됐다.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크림빵을 사먹어야지.

고작 크림빵 하나로 내일을 기대할 정도로 단순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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