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임 친구들이랑(a.k.a 팟칭팟)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충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고 바보같은 행동이었는데 그 때는 몰랐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우스갯소리로 사랑을 하면 고요속의 외침을 하게 된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헤어지라고 이야기해도 본인은 그런 소리가 귀에 잘 안 들어오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린 결론은 사랑은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 였다.
사람은 각각 어느 정도의 자존심이 있다. 자존심이 낮냐 높냐의 차이는 있지만 다 기본적인 자존심은 가지고 태어난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뭔가 있어보이진 않더라도 최소한 없어보이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발생한 현대인들의 고질병, 쿨병이 발생하게 된다. 내가 바보같고 호구같은 짓을 할지언정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쿨해보이려고 하는 노력들이 있다. 특히 사랑 앞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마음 없는 척, 쿨한 척 하지만 다들 어디에선가는 호구 짓 한 번씩은 하고 있더라. 어떻게 아냐고? 나도 별로 알고싶지 않았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 답답하다. 다 끝난 관계에 저렇게 매달린다고? 누가 봐도 그 사람은 아닌데 쟤랑 사귄다고? 이 정도면 헤어져야 하는 거 아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당사자도 지나고 보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간이 지났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본인이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을 때. 이렇게 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닐수도 있고. 사랑이 언제까지 눈을 가릴 수 있냐, 이 시간에 따라서 인 것 같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이 굴레를, 심지어 본인이 손만 놓으면 끝낼 수 있는 이 관계를 왜 아직까지 붙잡고 있어서 이런 바보같은 짓을 아직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아마 본인이 바보같은 건 본인도 알 것이다. 모르지 않는다. 어쩌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자꾸 그런 바보같은 짓을 반복하는 걸까. 왜 나중에 이불킥 할 것 같은 흑역사를 계속 자아내고 있느냐 이 말이다. 그게 바로 사랑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은 상식을 뛰어넘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이 정도고, 나쁘게 말하면 사랑은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 눈을 가려 평소에 볼 수 있던 것을 못 보게 만들고, 머리를 덮어 상식 밖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평소대로라면 이유가 있었던 감정들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하나하나 이유를 댈 수 없는 감정들이 몰아친다. 그래,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나는 내가 유치해지는 게 싫다. 감정에 이유가 있어야 합리화가 되는 나는 이유없는 감정들이 생기는 게 싫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울적해지는 것도 싫다. 톡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 내가 답장을 기다리며 괜히 보냈나 마음졸이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돌이켜보면 했던 무모하고 바보같은 짓들도 싫다. 나는 내가 이성적이었으면 좋겠고, 무슨 일이 있든 내 마음에 파도가 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 않는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나도 내가 나열했던 바보짓들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원래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사랑한다. 또는 사랑을 찾는다. 아마 사랑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제일 따뜻한 감정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따뜻함을 위해서 여전히 바보같은 짓을 서슴지 않는다. 사랑은 원래 그런거다. 그렇기 때문에 바보같은 사랑을 했다고 해서 너무 질타하지 말자. 한심하게 생각하지도 말자. 사랑은 원래 사람을 바보로 만드니까. 아,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사랑하지는 말자. 그건 진짜 한심한거다. 아니, 한심하다기보단 위험한거다. 그 누구보다 먼저 사랑해야 할 것은 나 자신, 내 인생이니까.
장황하게 글을 썼으나 이게 뭔 소리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생각났고, 생각난대로 서술한거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나도 이게 뭔 소리인지 모를 것이다. 어쨌든 이 장황한 글은 사랑했으나 사랑으로 인해 많이 유치해진 여러분들께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