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데 해야 하나요

안 하면 안 되나요

by 김문

한때 아주 주식이 유행이었다. 다들 주식에 열광을 했었고 빚까지 내며 주식에 투자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 주식이 유행을 탈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고, 심지어 누가 나에게 주식하라고 권할 거라고는 생각 조차 못해봤다. 그게 우리 아빠일거라고는 더더욱 생각 안 해봤다. 솔직히 말하면 나 빼고 다 주식하는 것 같았다. 몇 층에 샀네, 뭐가 핫한 종목이네, 빨간색이네 파란색이네 주변에서 여러 말하는데 솔직히 나는 하기 싫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요새 적금 들면 이율 얼마나 된다고... 적금 개념으로 절대 안 망할 것 같은 종목의 주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뭐랄까, 자꾸 주변에서 주식 얘기만 하니까 주식에 대한 압박감이 생기고 조바심이 들었다. 하더라도 조금 천천히 하고 싶은데 자꾸 조언이랍시고 주식에 대한 말을 보탠다. 아니 어차피 당장 안 한다고 주식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 안 되나요.


이처럼 내가 주류에 속하지 못했을 때 썩히는 골머리들이 있다. 남들 다 하는 게 내 취향이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쾌하지 않은 다양한 반응을 경험해야 한다. 내가 산 티셔츠를 보고 아빠는 저걸 돈 주고 샀냐고 했다. 탈색을 하고 본집에 갔더니 엄마가 기겁을 했다. 결혼 안 한다고 했다가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고, 아빠랑 본격 100분 토론을 했다. 연애 관심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래도 곧 좋은 소식 있을 거라는 얘기는 왜 할까? 그 소식 님한테나 좋지 저는 안 들어도 된다고요.


주류 테크를 타면 나도 한 소리 안 들어도 되고 인생이 편하겠다만, 남들 다 하는 것들이 나에게 다 맞는 건 아니더라.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들도 다 남들 사는 것처럼 살까? 우리가 비주류의 길을 가려고 할 때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 류의 소리를 들었을 거다. 근데, 진짜 남들도 다 남들 사는 것처럼 사냐 이거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항목에 모든 사람들이 다 맞춰 사는 게 가능하냐는 소리이다. 솔직히 이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냐는 반응이 크지 않을까? 모든 항목을 다 비주류로 선택하기는 힘들 수 있어도, 주로 주류를 선택하는 사람도 한두 개 정도는 비주류의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는 일종의 통계 수치에 불과할 뿐이지, 내가 살아야 할 이정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를 주류로 자꾸 이끄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 우리 사회에 지독하게 남아있는 편견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건 주로 주류의 모습들이다. 내가 최근에 보고 놀랐던 건, 옛 세대의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 중에서도 비혼이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통상적으로 보면 수가 그렇게 많진 않겠지만 내 생각보다는 많았다. 지금에서야 비혼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우리 세대에서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다 결혼을 하고 사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하지 않고 사는 분들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많아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하튼, 미디어에 비치는 게 주류이다 보니까 남들 다 하는 거 안 하고 사는 삶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모르는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큰일 날 삶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통상적으로 봤을 때 남들 하는 거 하고 살면 대충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겠지만, 그게 내 이야기는 아니다. 남들이 주식하니까 나도 주식한다고 더 똑 부러지는 사람 되는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자랑할 것도 아니다. 내가 결혼을 하면 과연 행복할까? 나는 혼자 사는 데에 최적화된 사람이다. 약 2n년간 같이 산 우리 엄마 둘째 딸 하고도 라이프스타일이 안 맞아서 혼자 사는데, 고작 몇 년 만난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냐 이 말이다. 어차피 나는 겪어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주류의 삶을 산다고 해서 내가 잘 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어차피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 된 지 오래인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후회도 덜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무리수 두지 않고 제 앞가림만 제대로 한다면 어떻게 살든 상관없지 않을까. 사람인지라 각자 생각이 다를 건데, 하나로 묶어보려는 노력보다는 취향이라는 단어 아래 하나의 개체로 인정해주면 안 되나.


남들처럼 살라는 잔소리 듣기 싫다는 걸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놨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신경 안 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너무 많은 잔소리를 들어서 내 멘탈에 스크래치가 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고, 저마다 이상한 점을 하나 이상은 품고 있다. 당신은 내가 이상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내 눈에는 당신이 이상하다. 그래서 가끔 나도 당신에게 훈수 아닌 훈수를 둘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화해하자. 그리고 다시는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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