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

by 김문

최근에 친구가 나한테 '내가 이상한건지 모르겠는데...' 라고 운을 띄우며 이야기를 했다. 아니, 본인이 그렇게 느꼈으면 그런거지 이상하다는 이야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사람은 다 이상하다. 괜히 낯선 사람을 stranger라고 하는게 아니라고.


나도 언젠가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이상한건가? 내가 예민한건가?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화를 내도 되는걸까? 등 내 안에서 자기검열을 수십번 했던 사람이었다. 이게 다 k-장녀라면 다들 가지고 있을법한 빌어먹을 착한아이 콤플렉스 때문이다. 예전에는 내 안에서 자가정화, 자기검열이 수시로 일어났다면 요새는 비교적 덜 일어난다. 아예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나도 사회생활은 해야지. 그리고 아무리 내가 변화하겠다고 했다지만, 이게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라서 아직까지 마음 속에 착한 아이가 많이 찔려한다. 하튼,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금이 간 계기가 있다. 그게 뭐냐면 이상한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난 것이다.


사람들은 이상하다. 사실, 살아서 숨 쉬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이상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노화가 진행되는 것도 이상하다. 사람이 살아있는 것의 신비에 대해 다큐에서 본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나는 과학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쨌든 사람들은 다양하게 이상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 전의 나는 꽉 막힌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모두가 다 이럴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살았다.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살 거라고 생각했고, 모두가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고 이야기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까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세상은 3차원인데 나만 1차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보니 내 입장에서는 쟤가 이상하지만, 쟤 입장에서는 내가 이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정립한 건 진짜 나의 생각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상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누군가 나에게 이상하다고 했을 때 진짜 내가 이상한건가 스스로를 검열하고 분석하지 않을만한 기준이 필요했다. '아, 쟤는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며 넘길 수 있을만한 기준 말이다. 정말 안타까운 사실인데, 나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아니, 대학생때까지도 내 생각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니까 그렇더라. 좋은 게 좋은 거였고, 그렇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하고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내 취향이 어떤 건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 대해서 서서히 알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도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나에 대한 기준을 정하니 '나는 이렇게 생각해'가 됐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를 붙이는 순간 공간이 커지는 걸 느낀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1차원 공간에서, 다양한 '그 외'가 존재하는 3차원 공간으로.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옳고 그름을 따질 때에는 나올 수 없었던 내 생각이 3차원 공간에는 있다. 없으면 뭐 어떤가. 공간은 넓다. 내 생각 하나 두둥실 띄워놓으면 그만이다. 누가 그렇게 생각하냐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거라고? 나는 사람 아니냐?


그러니 '너 이상해.' '너만 그렇게 생각해.' '다른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왜 너만 그래?' '너 정말 예민하다.' 따위의 말에 신경쓰지 말자. 신경 안 쓸 수가 없다면 신경을 덜어보자. 그래, 나 이상하다. 하지만 너도 이상하다. 우리 모두 이상한 사람들인데 내가 이상한 사람인게 뭐 그리 대단한 사실이라고. 우리 모두 서로 이상한 점을 가지고 있는데 네 기준에 나를 억지로 가두려고 하지 마라. 서로 이상한 점을 맞춰가며 합의를 볼 순 있지만, 그걸 네가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맞춰갈지 말지도 내가 결정할거다.


이 글은 나에게, 그리고 그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내가 정말 별나고 이상한 사람인지 수십번 검열했던 착한 사람들에게 바친다. 우리는 이상한 사람들이고, 사람들은 다 이상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그건 특별히 이상한 게 아니다. 유니크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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