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사장, 자나?
호프집 박사장이 인쇄소 김사장 집 대문을 두드린 것은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 어이, 박사장. 뭔일이여?
- 다른 게 아니라 방금 전까지 상인회 사람들하고 회의를 했는데, 손님들 콤플레인이 좀 있다 그러네
- 그게 뭐여?
- 애로사항이 있다 이 말이지. 기분 좋게 맥주 한 잔 하러 나왔는데 옆에 오토바이가 지나댕기니까. 시끄럽다, 위험하다, 먼지 날린다. 뭐 그런…
- 아…… 근디?
박사장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길 잃은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다.
- 아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애지간히 까탈스러워 그치? 그래도 어떡해. 다 우리 손님인데 맞춰줘야지
- 우리?
- 젊은 사람들 때문에 이 골목이 이렇게 유명해진 거 아니여. 그러다보면 응? 나중에는 인쇄소도 덕을 볼거고, 피차 좋아지지 않겠냐 이 말이지.
- …
- 그래서 대충 생각을 해봤는데. 예를 들어 6시 이후로는 쪼금 번거롭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간다거나
- …
- 아니면 쩌기 큰길 까지만 손으로 나른다거나
- …그려
- 김사장! 다 우리 좋자고 하는 얘기니까 잘 좀 부탁해. 응?
- …그려
<을지로> 202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