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바를 땐 따끔해. 그런데 금방 나을 거야.
2025년 2월 12월의 끄적거림.
"약 바를 땐 따끔해. 하지만, 금방 나을 거야."
2024년 7월.
나는 이유 모를 우울함과 슬픔에 시달렸다.
결핍이 쌓이고 쌓여 폭발해버린 것인지,
그냥 갑자기 자존감이 바닥을 쳐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아픔이었다.
정말 하루 종일 울었다.
밥을 먹고 울고, 잠을 자다 울고,
내가 나의 슬픔을 조절할 수 없었다.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었고,
나의 일상이 너무 버거워졌다.
이걸 빨리 해결하고 싶어
상담을 했지만,
과거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나를 들어내면 들어낼수록 아파왔다.
2024년 9월.
그렇게 2개월 간 앓고 앓다,
갑자기 삶이 너무 아득해져 수업도 못 가게 되었을 때,
무작정 들어간 학교 생활 심리 센터에서
지금의 상담 선생님을 만났다.
나의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셨고,
어떤 판단도 없이,
오로지 나의 입장에서 내 문제를 바라봐주셨다.
지금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마음의 시간을 넓게 쓰는 걸 알려주신 분이시다.
거의 4개월을 일주일에 2번 이상
상담센터를 방문하며
매일 울고, 아파했다.
그곳에서 얘기하고, 울고, 비워내며
계속 '나'를 마주한 결과,
이젠 무턱대고 힘들어 일상을 놓아버리진 않는다.
정말 값진 결과이고,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
그럼 다시 주제로 돌아가보자.
'마음이 아플 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 말에 NO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진짜 '마음이 아픈' 입장이 되어보면 다르다.
특히,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이상 없어보이지만, 혼자 곪아지고 있는 사람들.
어떻게 하다보면,
그냥 일상생활 정도는 가능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상담에 눈이 가더라도 '뭐.. 이런 걸 가지고..'라며 상담을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약 바를 땐 따끔해. 하지만, 금방 나을 거야."
내가 경험한 상담이란 까진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이다.
우리는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를수도, 그냥 둘 수도 있다.
그냥 두어서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덧날 수도 있다.
그럴 땐 빨간약이 최고이다.
당연히,
나의 상처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
나의 상처를 내가 직접 말하고 귀로 듣는 것,
다시 들춰내고 기억하는 것,
엄청 쓰리고 아프다.
하지만,
누가 그 상처에
빨간약 발라주고,
호-호- 입김 불어주고,
부채질 해주면
금방 나을 것이다.
또,
상처를 보는 게 너무 힘들면
잠깐 대일밴드 붙였다가
빨간약 바르러 가면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살이 돋아나겠지.
그러니,
너무 심리상담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가볍게
동네 마실 가듯,
방문해보자.
2025.2.12.끄적거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