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된다.
파릇한 새순이 햇빛 온기에 자연스레 녹아내리고,
어리숙하게 붉어진 꽃잎들이
스르륵, 스르륵,
천진난만하게 흩어질 때,
봄은 슬쩍 떠나고 만다.
푸르게 피어오르는 청춘의 앞날은
천천히 초롱빛으로 물들어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구름은
뭉실뭉실,
살랑살랑,
떠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할 때
여름은 무더운 시작을 알린다.
영원히 포근할 줄 알았던 햇살은
저 아득한 하늘로 떠나고
차가워진 바람이 그 자리를 채울 때,
통통하게 살찐 열매가
가을비에 톡톡 떨어졌을 때,
가을은 그렇게 끝이 난다.
푹푹하게 언 땅에 새로 몸을 눕히고,
소복소복 내리는 눈 꽃 이불을 덮을 때,
차가울 줄만 알았던 겨울 내 시작점에서,
반짝이는 눈물이 얼굴을 따뜻하게 감쌀 때
겨울은,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