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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먼저 친절할 것.

착한 아이 생존법 1

by gamyong

착한 아이 생존법 1

나에게 가장 먼저 친절할 것


어린 시절 꽤나 '착하다'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나로서,

어른들의 '배려해라'라는 말은 일종의 진리 같은 것이었다.


내게 '배려'는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게 독이 되었다.



" 괜찮아요. 먼저하세요."

청소년기 시절, '배려'는 내 정체성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내게 많은 이점을 주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도와준 것은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그 누구든 나를 좋게 보게 했다.

"착하다"라는 칭찬이 따라왔고, 친구 관계도 원만했다.

나 스스로도 '나는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 기분이 좋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였다.


나의 이런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항상 그들의 뒷순위로 밀려났고, 나의 배려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호의로 베푼 것이 나에게 의무로 다가와 나는 늘 '을'의 입장에 서야 했다.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누구는 먼저 해주고, 누구는 안해준다고,

내게 배려를 강요했다.


더 문제는 내 자신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갈 먼저 내주지 않을 때는 불안했다.

괜히 내가 잘못한 것만 같았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흔들릴까 걱정했고, 그 사람이 잘못될까 심하게 동동거렸다.


그렇게 나는 늘 끝 지점에 '나'를 세웠다.



" 아니 괜찮지 않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딘가 불편해졌고, 어려워졌고, 힘들었다.


"나는 나를 발산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왜 매일 나중이야?"

"나는 00하고 싶은데..."


계속 마음이 생채기를 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결국 나를 잠식했다.


'왜?'라는 물음이 나를 가득 메웠고,

사람도 모두 싫고, '나' 조차도 싫었다.



" 내가 나를 먼저 배려해야해"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은 게 있다.


바로 배려에 대한 3가지 진리이다.


1. 배려의 진정한 뜻

배려의 사전적 정의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다.


여기에 전제 조건이 있는데,

'마음을 쓰기' 위해서 떼어줄 만큼의 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떼어줄 만큼의 큰 마음과 에너지가 없는데 내 거까지 희생해서 여유를 부리지 않아도 된다.



2. 배려의 주체와 우선순위

배려의 대상은 누구일까?


우리는 줄기차게

"'남'을 먼저 배려해라."라는 말을 들어 왔다.


그런데 어른들이 너무 당연해서 놓치신 게 있다.


최우선의 배려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모두 슈퍼맨, 슈퍼 우먼이 아니다.

각자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결국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고, 어떤 배려는 포기해야 한다.


즉, 배려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며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소중함'이다.


여기서 절대적 진리가 하나 있는데,

'소중함'을 기준으로 무적의 1등은 바로 '나'라는 것이다.


'나'를 놓치게 되면 결국 남의 배려도 무산된다.


점점 남에게 밀려나는 순간은

동생만 예뻐하고 본인을 차별한다고 느끼는 첫째의 억울함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첫째의 억눌렸던 억울함과 서운함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된다.


인간은 '존중'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존중이 무너졌다고 생각될 때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다.


'남'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배려는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나'가 나를 존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가장 먼저 배려해야 한다.


무작정 '남'을 위한 배려는 가장 소중한 '나'를 내버려 두는 일이다.


그건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3. 배려는 결국 돌아온다.

'남'을 배려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서로를 위한 배려는 사회 안전망과 인간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어떤 의무감에, 억지로, 내 마음을 다쳐가면서까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서 남는 마음으로 배려해야 좋은 배려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기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건강한 배려를 받을 수 있다.


'나'를 먼저 배려하며 생긴 에너지와 큰 마음은 남을 배려하고 도와줄 때도 필요하다.

전전긍긍하며 도와주는 것은 남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다.



나 자신은 맨 끝에 두는 것은

내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결국 곪게 되어 있다.


내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게 건강할 수 있다.


남는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이 훨씬 다른 사람에게도 좋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기에

항상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소중한 '나'를 가장 먼저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배려하자.


그래야 배려가 지속될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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