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지만 비행기가 이륙해서 나의 오랜 동네를 떠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멀어지는 기억 속 나는 언제나 그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줄만 알았다.
무엇이든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을 한 것도 나였고, 어쨌든 생각보다 잘 해내 스스로 행복할 줄을 아는 것도 나 자신이었다.
세상 어떤 일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
어느새 멀어져 점 조차 되지 못한 곳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언제든 떠날 수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