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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영 Feb 05. 2023

‘온 더 볼’을 위한 ‘오프 더 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공과 관련된 선수의 움직임을 지칭할 때, 크게 2가지 용어를 사용한다.


온 더 볼(on the ball): 선수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하는 모든 활동, 움직임

오프 더 볼(off the ball): 선수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하는 모든 활동, 움직임


‘온 더 볼’ 같은 경우, 통상적으로 공을 받은 선수가 하는 트래핑, 패스, 드리블, 슈팅 등을 말한다. 

눈에 잘 보여 선수 능력치 평가의 지표이며 관객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보며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클래스를 가늠하곤 한다.


그런데 ‘온 더 볼’만큼이나 중요한 게 ‘오프 더 볼’이다.

축구는 공간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며 상대방의 골대에 도달해 골을 넣는 스포츠다.

한 번 생각해 보자.

만약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 외에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멈춰 있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장이라는 한정된 면적 안에 똑같은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서 있기에

드리블을 통해 돌파를 하기도 패스를 할 수 있을 만한 틈이 보이기가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오프 더 볼’이 필요한 거다.

나에게 공이 없어도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거나,

넓고 깊게 파고들거나,

수비 뒷공간을 향해 침투하는 등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움직여 준다면

나에게 볼을 주기 더 편해질 수 있고

팀원이 다른 공간을 찾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내 옆의 동료는 당연히 훨씬 편할 것이고

팀 차원에서는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초, 중, 고 동안 미친 듯이 축구와 풋살을 할 때,

무의식 중에 이런 것들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지만 

사회에 던져진 30대가 되어 다시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오프 더 볼’은 경기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할 때도 더 나아가 관계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움직임이자 태도라고 느껴졌다.


일과 관계에 대해서 요즘 계속 떠오르는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시작은 ‘오프 더 볼’인 것 같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내가 일을 받았을 때만 잘 처리하면 될 수 있을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다만, 일이 없을 때의 움직임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워킹 타임 동안에는 함께하는 프로젝트에서

내게 당장 주어진 게 없더라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바라보거나

다음 스텝에서 필요할 것을 알고 미리 대비를 해 놓을 수 있다.


워킹 타임 외에는 일을 기획해 가는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거나

관련 지식들을 많지는 않더라도 틈틈이 쌓을 수 있다.


근력 운동을 계속하면 근육이 자리를 잡고 양이 늘어나는 것처럼

일에서의 ‘오프 더 볼’이 많아질수록

나뿐만 아니라 팀 차원의 ‘온 더 볼’이 더욱 기민 해지며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것이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모두 제각각이라

규격화할 수도 정형화할 수도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통으로 겹쳐지는 곳이 있다.

우린 ‘진심’을 들었을 때, 반응하고 움직인다.


나에게는 분명 ‘진심’이란 것이 있는데

보여줄 수도 없고 말하고 나서 무조건 믿으라 할 수도 없고

상대방이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눈앞에 상대방이 있다면 집중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더 풍성하게 만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럼, 오늘은 괜찮았다면 다음번에는?

1주일, 1년, 2년 그보다 더 오랜 시간에도 관계의 좋음이 유지되려면?


역시 중요한 건,

상대가 옆에 있지 않을 때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 사람 또는 그들이 무얼 좋아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지를

함께 하지 않을 때도 떠올리다 보면

그다음에 만나는 순간은 전보다 더 좋아질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시간과 행동들이 누적되면

나의 ‘진심’이 조금씩 그들에게 닿게 되어

관계의 벽은 허물어지고 다리는 단단해질 거라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결국 드러난다.

그것은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표시되며

축구 경기처럼 우리 모두를 그렇게 더 나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상황으로 이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시간을 더 신경 쓰려한다.


일상에서 ‘오프 더 볼’의 귀재가 된다면

나를 둘러싼 우리의 ‘   지금보다 행복한 시간 만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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