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해가 밝자 종달새는 숲에서 가장 높은 반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노래를 시작했다. 청량한 노랫소리가 나무들 사이에 울려 퍼졌고, 그 노래는 간혹 근처에서 산악을 즐기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출 정도로 훌륭했다. 몇몇 등산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그 노래를 녹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름다운 노래에 담긴 뜻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그쪽에는 벌레가 많은 가요?"
숲에는 다양한 소리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종달새가 찾는 건 없었다. 다른 새들의 지저귐이 돌아올 때도 있었지만 그가 찾는 소리는 아니었다. 종달새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차분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당신은 어떤 벌레를 가장 좋아하나요? 저는 파란색 벌레를 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이 주변에 좋은 연못이 있는데 같이 물놀이 가실래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종달새의 노래는 끝이 났지만 돌아오는 답은 여전히 없었다. 종달새는 고요한 숲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목이 점점 아파왔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그는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해가 저물 때까지 노래를 불렀고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가장 높은 반얀 나무의 꼭대기로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노래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저랑 같이 노래를 불러요."
하지만 숲은 여전히 조용했다.
2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선명하던 그의 갈색 깃털도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종달새는 어렴풋이 알았다. 자신이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이번 계절이 마지막인 걸 말이다. 종달새는 노래를 잠시 멈추고 동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숲의 끝자락이었다.
종달새는 어미로부터 숲 너머의 세상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곳에는 ‘바다’라 불리는 커다란 연못이 있는데 한 번이라도 빠지면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다. 종달새가 바다 건너편에 대해 묻자 그의 어미는 그곳에도 커다란 숲이 있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도 가본 적은 없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종달새는 자신이 평생 살아온 반얀 나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내려다보고는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숲을 빠져나오자 온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큰 연못이 종달새 앞에 나타났다. 종달새는 그곳이 바다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바다는 들리는 소문처럼 무서운 곳이었다. 그곳에는 날개를 쉴 나무도, 앉을 땅도 없었다. 바다는 그가 자주 물놀이를 즐기던 연못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 번이라도 물에 닿는 순간 거센 파도가 그를 집어삼킬게 분명했다. 게다가 바다를 건너기에 자신의 날개는 너무나도 작고 연약했다.
종달새 몸을 돌려 숲을 살펴봤다. 숲에는 안락한 둥지와 풍부한 먹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혼자였다. 바다 너머에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숲에 무엇이 없는지는 확실했다. 종달새 결국 바다를 향해 솟아올랐고 어쩌면 그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비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3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침해가 다시 떠오르고 짠내음이 점점 옅어지면서 해안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종달새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날개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몸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앉아 날개를 잠시라도 쉬고 싶었지만 아래에는 바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젖 먹던 힘을 짜내 계속 날개를 퍼덕였지만 결국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다. 커다란 파도가 그를 덮쳤고, 날개는 완전히 물에 젖어 더 이상 날 수가 없었다.
바다의 위는 자신이 살던 숲보다도 고요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지금의 그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두려움에 냄새라도 풍긴 건지 멀리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건 그가 살면서 난생처음 보는 이상한 물고기였다. 종달새는 자신의 끝을 직감했다는 듯 눈을 감고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4
줄리아는 평소처럼 바다에서 자신의 반려견 맥스와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줄리아는 바다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던졌고 맥스는 바다로 뛰어들어 공을 물어왔다. 그녀는 다시 한번 바다를 향해 공을 던졌고 이번에 맥스는 공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물고 그녀한테 돌아왔다.
"그게 뭐야?"
맥스는 자신에게 다가와 바다에서 주운 것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것은 그녀의 손바닥 절반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종달새였다. 줄리아는 거의 죽어가는 종달새를 자신의 타올에 감싼 채 서둘러 해안가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부엌 테이블 위에 종달새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작은 숟가락에 물을 떠서 가져와 먹이려 했지만 녀석은 이미 너무 지친 상태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집 어딘가에서 낯익은 노래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좋네요."
그 소리에 종달새는 몸을 움찔거렸다. 뒤이어 다시 노래가 이어졌다.
"저는 파란색 벌레를 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당신은 어떤 벌레를 가장 좋아하나요?"
종달새는 눈을 천천히 뜨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대답을 했다.
"저도 파란색 벌레를 가장 좋아해요."
그 모습을 본 줄리아는 종달새를 들고 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그를 데려갔다. 종달새는 줄리아의 손 위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곳에 다른 종달새는 없었다. 다만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네모난 하얀색 물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상자에서 소리가 들렸다.
"저는 여기에 있어요."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네, 잘 들려요."
"저랑 같이 노래를 불러요."
"좋아요. 같이 불러요."
종달새는 그 노랫소리가 새가 아닌 세탁기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걸 그가 줄리아의 집에서 보내는 여생 동안 알지 못했다. 세탁기에서 들리는 노래들이 사실 과거에 반얀 나무 주변을 지나치던 등산객이 녹음한 소리가 들어갔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종달새한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평생을 혼자서 노래하던 종달새한테는 이제는 같이 노래를 불러주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