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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Jul 19. 2023

<흡연하면 기침한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영화에 대한 단상

영화<흡연하면 기침한다> 네이버 포토, 스틸 컷
흡연하면 기침한다[Fumer fait tousser](2022)


영화를 보고 나면 도통 뭘 본건지 감이 잘 안잡히지만 <흡연하면 기침한다>는 간단하다. 특촬물 컨셉의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중심서사를 충실히 따라가지는 않지만 프랑스인 파워레인져들이 '펄프픽션'에서 중간중간 오려낸 섬뜩하고 기괴한,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이없는 미소를 지어보내거나 호탕한 웃음을 시원하게 내보낼 것이다.


영화의 감독인 캉탱 뒤피외(Quentin Dupieux)는 미스터 와조(Mr. Oizo)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음악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흡연하면 기침한다>에서는 연출과 각본 그리고 촬영감독으로 작업을 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믿거나 말거나, 진짜야>(2023) 이라던가 <디어스킨>(2019) 등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꾸준히 그의 작품이 틀어지고 있다. 그러면 도통 뭘 본건지 감이 안잡히는 이 영화는 무슨 내용일까?


벤젠(Gilles Lellouche), 메탄올(Vincent Lacoste), 니코틴(Anaïs Demoustier), 수은(Jean-Pascal Zadi), 암모니아(Oulaya Amamra) 발암물질로 이루어진 (그들의 성분이 아닌 그런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다섯명의 슈퍼히어로 담배특공대는 개별 행동으로 약화된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디에 대장(침 흘리는 쥐)님의 명령을 받고 지하기지 F77 숙소로 단체 연수를 떠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발암물질로 싸우는 이들이 사실 흡연에 반대한다는 것 이다. 왜? 흡연을 하면 기침이 나오니까.


그들은 올해 안에 지구를 파괴하려 한다는 도마비암(Benoît Poelvoorde)에 대해 일찍이 경고를 받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거나 강한 장비로 강화하지 않는다. (Lezardin이 도마비암으로 번역된 것을 보면 도마뱀이라는 이름을 우스꽝스러운 별칭으로 바꾼것 처럼 보인다.) 오히려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모닥불에서 쉬면서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 속 이야기로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시골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두 부부의 생각헬멧 살육 이야기, 구워지는 생선이 들려주는 나무 분쇄기에 들어간 조카 이야기. 이 짧게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 있다. 그 사이 어느새 지구를 본격적으로 파괴하러 움직이는 도마비암의 소식을 듣고 담배특공대는 절규하지만 지구를 살릴 마지막 비책, 노르베르 1200(앞 모델인 노르베르 500은 자살했지만)의 시간 되돌리기 기능(U55 절차)을 결국에 작동시켜낸다. 성능이 안 좋아 기능을 실행시키지 못하는 노르베르 1200을 밤이 새도록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그 사이 도마비암은 그의 가족들이 만든 은하수프를 먹고 독살 당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멍청한 노르베르 1200을 기다리며 흡연을 반대한다던 5명의 히어로들은 초조하게 담배나 뻑뻑 펴댈 뿐이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분리된 두 이야기의 비중이 영화에서는 실로 크다. 중심 서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 속을 헤매게 만들 수 있을지언정 캉탱 뒤피외의 유머와 스토리텔링 감각으로 무마해버린다. 기괴하면서도 유치한 독창적 상상력이 담긴, 마치 담배연기 같이 금세 흩어져버리는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기침을 하는건지 웃는건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뿜어져 나오는 면역반응을 하면서도 다시 빨아들여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는 매력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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