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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Jul 19. 2023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고고학의 낭만

영화에 대한 단상

영화<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네이버 포토, 스틸 컷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2023)


"131페이지 부터 171페이지 읽어온 사람?, 아무도 없네. 시험에나오는데, 아주 떠먹여 드려야겠군" 어김없이 강의 중인, 어느새 노인이 된 고고학 교수 인디아나 존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 한번도 보지 못한 신세대 관객들에게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봤으면 너무 좋을 법한, 하지만 보지 않았어도 그의 오래된 '모험 내공'을 충분히 느끼며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이번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2023)을 포함해 총 5편이다. 80년대 오리지널 3부작 <레이더스>(1981),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1984),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으로 많이 기억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2008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아 19년만에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또 다시 15년만인 2023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4편이나 연달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이번엔 감독으로서의 자리를 내려놓고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와 함께 제작자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탑건>이 36년만에 <탑건:매버릭>으로 돌아와 작품성과 흥행을 둘 다 잡은 만큼 42년 전부터 시작된 노장 '인디아나존스 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품고 극장을 가게 된다.


주연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는 현재 80세이다. 현대의 그래픽 기술은 참 놀랍다. 영화가 시작하면 과거 반가운 80년대의 젊은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아이리시맨>(2019)에서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의 얼굴을 젊게 바꿔놓은듯, 최근 한국에서는 드라마 <카지노>(2022)에서 최민식의 20대 시절을 재현했던 영화제작의 폭 넓은 가능성을 제공하는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젊은 날의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의 모습을 재현한 것 이다. 


인디아나 존스(이하 '인디')는 나치에게서 안티키테라를 차지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시간이 바뀌어 카메라는 한적한 뉴욕의 한 아파트를 비추는데 그 곳은 바로 시간이 흘러 노쇠한 현재의 인디가 잠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옆에는 <레이더스>의 히로인,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재회했던 메리언 레이든 우브(카렌 알렌)와의 별겨 통지서가 보인다. 아들 머트(샤이아 라보프) 또한 세상을 떠났다. 세월의 흐름 속 균열을 메꿔내지 못한 처량한 인디는 항상 술을 마신다. 집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말이다. 


그 날은 1969년 7월 20일 '달의 날' 이다.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고요한 바다' 즉, 달에 착륙한 날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맨해튼에는 퍼레이드가 한창이다. 하지만 그런 역사적인 날을 뒤로하고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 말하는 '천년 간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정교한 물건'은 닐 암스트롱이 타고간 우주선이 아니다.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 안티키테라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천체의 움직임은 완벽하지 않고 불규칙하다는 것을 발견해냈는데, 이 '시간의 틈'을 예측하는 장비가 바로 이 안티키테라이다. 나치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안티키테라의 나머지 반쪽 위치가 적혀있는 '크라피코스 목판'을 찾아나서는 인디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라피코스 목판'을 만질 때마다 입혀진 사운드가 무언가 필요이상으로 둔탁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디 또한 무게가 목판에 비해 무겁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불을 붙혀 숨겨진 사금 판을 찾아낸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디는 시종일관 운발이 좋다. 모험을 하며 그에게 다가오는 여럿 위기들은 유머러스하기도 하며 역설적으로 행운과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250파운드 짜리 폭탄이 건물을 박살낼 때 그를 죽이려한 목의 밧줄이 그를 살리고, 나치 병사들이 착각해 그에게 경례하기도 하지만 바꿔입은 제복의 총알자국 때문에 금세 들통나기도 한다. 드라마 <나르코스>의 미국 정부기관 마약단속국 DEA요원으로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체포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던 스티브 머피(보이드 홀브룩)로 유명한 배우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 클라버(보이드 홀브룩)역으로 출연해 "나는 정부 일은 하지 않아" 라는 대사를 하는 것 또한 소소한 농담거리로 느꺼진다.


오래된 시리즈인 만큼 오마주로 느껴지는 것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항상 등장했었던 뱀이 가득한 동굴 속 공간을 바꾸어 앙귈라 장어가 가득한 바닷속에서 그 느낌을 살려냈고, 차량 추격전에서는 좁은 골목길을 큰 차가 통과하지 못해 따돌렸던 것은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배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며 적들을 격파하던 장면을 연상케한다. 경매장에서 인디가 채찍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총알 세례를 받는 장면은 <레이더스>의 커다란 칼을 휘두르며 싸움을 거는 아랍인을 권총 한방에 허무하게 제압하는 장면과도 같다.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에서 동굴 속 수 많은 벌레들에 기겁하던 윌리 스콧(케이트 캡쇼)이 떠오른다던가, 메탄가스가 가득한 동굴안은 석유가 넘쳐흐르던 동굴이 생각나기도 한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아닌 다른 영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로마군이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크라피코스 목판'을 찾기 위해 바닷속으로 잠수하기 직전 상어가 있냐고 확인하는 대사는 <죠스>를 생각나게 하는 것 처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연출해왔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또한 헬레나 쇼(피비 메리 윌러브리지)가 인디의 대녀라서 그런걸까, 그곳이 이탈리아라서 그런걸까 인디와 헬레나 쇼가 결혼식장 앞에 세워져있는 웨딩카를 타고 적들을 추격하는 장면은 어딘가 <대부>를 떠오르게 한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3편을 함께했던 더글라스 슬로컴(Douglas Slocombe) 촬영감독, 4편을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그리고 5편이 제작될 동안 꾸준히 시리즈와 동행했던 사람은 바로 음악가 존 윌리엄스(John Wiliams)이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 어김없이 주제곡 'Raider March' 가 흘러나올때면 모험의 명쾌함과 두근거림을 잘 표현한 곡이라고 느낀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는 제임스 맨골드(James Mangold), 제스 버터워스(Jez Butterworth), 페돈 파파미하일(Phedon Papamichael) 등, <포드 브이 페라리>(2019)의 제작진들이 대거 넘어왔다. <포드 브이 페라리>(2019)에서 캐롤 셸비(맷 데이먼)의 방을 카메라가 훑어주며 영화가 시작하듯 같은 방식으로 인디의 방을 보여주며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는 시작된다. 영화의 지휘를 맡은 제임스 맨골드(James Mangold)식 연출의 유사함이 보이며, 촬영감독 페돈 파파미하일은 <포드 브이 페라리> 그리고 미국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과 <네브래스카>에 참여한 베테랑 촬영감독으로서 그들의 스타일과 매력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 어떤식으로 녹아들었는지 비교하며 엿보는 재미도 있을 것 이다.


발렌타인 12년을 박스채로 구비해두고 마시는 인디와는 다르게 물을 마시는 슈미트 박사(매즈 미켈슨)는 과학은 낭만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 이라고 말한다. 고고학의 대부분은 차갑고 딱딱한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이루어진다지만 사막이 그립고, 바다가 그리운 모험의 설렘이 가득했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뜨거웠던 낭만들은 이제 식어버렸지만 인디의 상처를 치료해줄 메리언과 함께 시리즈의 끝맺음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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