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운 Jul 20. 2020

다시 가자, 캐나다! 준비됐나?

프롤로그) 딸과 둘이서 여행의 권리를 찾다.

 내가 진작부터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예감’이란 녀석은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거든.

언젠가는 캐나다를 다시 가게 될 것을 200% 예감했지만 그날이 좀 더 늦게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에 똬리를 틀고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하필이면 지금, 여행에 대한 관심의 문이 꽁꽁 닫혀버리고,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이런 팬데믹 시기인가 말이다.

그러나 오늘이 정말 그날이라면 까짓 거, 그날로 하면 되는 거지, 뭐.

방구석 나열 11, 12번 자리, 예약해놨다.

4개나 쌌던 여행용 캐리어는 필요 없어.

그냥 눈만 살짝 감아보라구. 우리의 가장 아름다웠던 그 날이 우리 발아래 놓여 있을지 몰라.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고 말걸. 두 번의 그 날은 없다지만, 같은 날을 두 번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 날을 오늘에 산다면 다른 오늘이 될 거라 믿어.


 지금이야, 홀가분하게 온전히 다시 여행 한번 가보는 거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듯이 빼앗긴 여행의 권리를 되찾아오자고.


 다시 한번 가보자, 캐나다! 준비됐나?



 

 카카오스토리에서 보내오는 ‘과거에 오늘 있었던 추억들’에 잠깐씩 그날을 돌아보곤 했는데 6월 말부터 오기 시작하는 ‘과거의 오늘’에는 왠지 오랫동안 시선을 뺏겼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지구인에게 공평하고도 평등하게 내려진 여행금지령, ‘우리 여행 갈까?’ 물을 수도 없는 함구령이 내려진 이 시대에 ‘우리는 정말 여행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은 우리를 더 공포스럽게 한다.

그럴수록 여행에 대한 향수는 더욱 간절해지는 것인가 보다.


 머리카락 사이로 휙~하고 바람이 지나간다.

‘과거의 오늘, 그래 우리는 캐나다에 있었구나’

흐뭇한 미소가 번지며 그날들이 떠올랐다.

벤쿠버의 하늘에는 구름이 하얬고...마치 유람선에서 내린 것처럼.

밴쿠버 하늘에는 구름이 하얬고 커다란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지.

 “엄마, 우리 금방 유람선에서 내린 것처럼 앞에서 사진 찍을까?”

너무 들떠 하늘로 올라갈듯한 상큼한 딸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어찌나, 어질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했던 딸의 갑작스러운 명랑함이 쨍~ 햇살에 부서져 내렸다.

‘요런, 이쁜 것!’




 그런데 며칠 후, 또 다른 과거의 오늘이 타임머신을 타고 짠~하고 배달되었다. 우리는 아직 캐나다에 있었구나.

 7월 1일, Canada day의 밴프 시내, 생각난다.

백야였어. 9시가 되어도 초저녁처럼 밝았지.

집집마다 크고 작은 파티가 열렸고 젊은이들은 한껏 들떠서 거리를 활보했지. 맥주 냉동고에 들어가 엄마도 맥주를 샀고 우리는 발길 닿는 대로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

작지만 아름답고 예쁜 마을이었어.

밤9시의 백야, Canada day의 밴프시내... 나는 맥주창고 급습.

“딸, 5년 전 우리말이야. 캐나다 밴프에 있었네. 네가 제일 좋아했던 곳이잖아”

“아... 엄마, 눈물 날 것 같아. 나 다시 가고 싶어...”

딸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한 바가지 쏟을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한다.

 사실 캐나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 지금까지 딸은 일종의 향수병을 앓아왔다.

캐나다의 ‘캐’ 자만 나와도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학교에서 수행을 할 때도 주제는 항상 캐나다와 연관 지어졌다. 캐나다 화폐에 대해, 캐나다 음식에 대해, 최고의 여행지 소개, 여행지에서 있었던 이야기...

누가 보면 캐나다 출신, ‘빨강머리 앤’이 아니냐고 물어봄 직도 하다.




“우리 다시 가면 안돼요? 다시 가요, 네?”

딸은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 서랍 속 깊은 곳에 손을 넣어 일기장 한 권을 꺼내왔다.

일기장 위에 손을 얹고 눈을 감는 딸의 경건한 의식이 치러지는 배경으로 대나무 숲이 펼쳐진 듯도 하였다.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순간’의 정지화면과도 같은.

Travel note Canada & Diary...한 달간의 일기, 그림, 티켓, 대화의 기록 -by Rose(딸의 English Name)

“이거... 캐나다 있던 한 달 동안 엄마와 내가 쓴 일기장이자 메모장. 생각나죠? 하늘이 무너져도 이건 매일매일 순간순간 써야 한다고 엄마가 노래를 불렀잖아. 엄마, 아니 김 작가님~, 이 일기장을 토대로 글 좀 써주시면 안 될까요? 엄마와 딸, 둘이서 캐나다 여행했던 이야기... 나 그렇게라도 캐나다 다시 가고 싶어요. 알았죠? 응? 꼭 그렇게 해주실 거죠?”




Of course...

 그래... 엄마도 항상 그곳이 그리웠어. 또 가고 싶었고... 너와 함께여서 무엇보다 소중했던 시간이었지.

그 시절의 너와

그 시절의 엄마.

너와 나의 배경이었던 캐나다의 산과 하늘과 거리

너와 나의 생각과 대화들... 한 번 써보자.




엄마의 메모...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