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나는 오늘, '구독자 1'을 잃었다.
"구독 끊어!"
"맞네,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네, 좋아요!"
아니, 이런 매몰찬 말이 어디 있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끼리 말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나는 어이가 없는데 식구들 모두 밥을 먹다 말고 재미있어 죽겠다며 낄낄거린다.
사연인즉 이랬다.
나의 오랜 구독자이자 정성껏 글을 읽어주던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남편과 딸이다.
작년 5월부터 브런치 작가로 이름이 올려졌고 글을 쓰고 있는데 항상 라이킷 1 빠, 2 빠를 기록하며 나의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성실히 달아주었었다. 주변에 알리지 않은 글쓰기였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의 말과 댓글을 통해서만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때론 글이 너무 길다느니, 이번 글은 재미가 있다느니, 이런 소재로 글을 쓰면 좋겠다느니 하면서 조언과 충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둘 뿐이었다.
간혹 등교하는 아침, 차 안에서 딸에게
"어제 글 쓴 거 어땠어?" 하면
"사실, 라이킷만 누르고 안 읽어봤어요."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쯤은 애교로 눙칠 만했다.
'그럴 수 있지...'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아들 녀석은 내 글의 구독자도 아니다.
"엄마가 글을 쓰는데 읽든 읽지 않든 최소한 구독은 눌러줘야 되는 거 아냐? 그건 예의지"
언젠가 서운함에 겨워 불쑥 한마디를 꺼냈더니,
"그럴 수 있겠네요, 알았어요." 라며 시크하게 얘기하더니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하여튼 남편과 딸은 나에게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었는데 요즘은 댓글 다는 속도도 아주 느리고 어떨 때는 라이킷 조차 없는 날이 많아졌다. 음,,, 바쁜 건 알지만 왠지 서운했다.
딸은 라이킷 조차 안 한 것이 벌써 두 달이나 됐다.
벼르고 별러 저녁식사 시간에 은근슬쩍 서운함을 얘기했더니,
아들 왈,
"누나가 고3인데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글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 공부해야지. 아니다, 누나, 그러지 말고 구독 끊어!"
맞네, 그런 방법이 있었네, 서로 공감하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마 모르긴 해도, 살펴보지 않아도 누군가는 웃느라 먹던 밥을 뿜었을지도 모르겠다.
'구독'하면 떠오르던 옛 풍경, '신문 사절'.
한 번쯤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구독하던 신문 끊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별의별 웃기는 문구 혹은 매몰찬 말을 더해 신문 사절 메모를 써서 현관이나 대문에 붙여 놓았던 기억 말이다. 요즘은 전화를 하면 바로 구독 해지는 되더라만 그래도 아직까지 관련지나 학습지 끼워준다든지, 경품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얘기를 구구절절이 듣고서야 구독 해지를 할 수 있다. 구독을 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리 말을 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흉악하고 발칙한 것 같으니라고. 얌통머리*) 없게스리, 구독자도 아닌 주제에 어디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지. 그거 글 한 꼭지 읽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야 헤일 줄이 있을까 마는 머릿속으로 되내었다. 한 마디만 더했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요즘 말로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진다)라고, 삼심육계를 감행한다. 입을 다물었다.
'고3은 사람이 아니다'
'자식도 영원한 내 편은 아니다'
'남편도 내 편은 아니다'
고로 나는 오늘, '구독자 1'을 잃었다.
아들을 다시 구워 삶아서 잃은 ‘고3 구독자 1’ 대신 ‘중3 구독자 1’이라도 보태야겠다.
나는 기회를 엿본다.
*) 얌통머리 : ‘염치’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미운 행동을 할 때 덧 붙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