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to people> 노고단 구름처럼 쉬어간들 어떠리
노고단이 보이는 집을 찾다 그냥 돌아왔다
나는 들어가 살 집인데 빈 집도 안 판단다
도시 것들 따라 시골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나
노고단에 올라 쉬어가는 구름만 실컷 보고 왔다
집 사거든 매일 찾아오마 약속은 남겼다
노고단은 잘 있더라
노고단이 보이는 집 생각하다 막걸리 한 통 꺼냈다
노고단에 기대어 온종일 술이나 마시려고
젊은 날도 지나고 옛사랑도 흐르겠지
이왕지사 말라비틀어진 산나물이라도 사 올 일이지
구름 같은 흰 밥에 바다 같은 물 말아 안주했다
노고단처럼 나도 잘 있다
<시를 쓰며...>
느지막이 은퇴를 하신 선배님의 꿈은 노고단이 보이는 조그만 시골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일이라 하셨다. 지금까지 혼자 사신 분이니 마음먹은 대로 서울 아파트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신다 한들 말릴 사람은 없다. 그래도 외롭지 않겠느냐 슬쩍 운을 띄우면 사람 사는 것이 어디서나 똑같지 않겠느냐 우문현답하신다. 책 읽고 밥 먹고 노고단에 올랐다 오면 하루가 가지 않겠냐고. 그러다 보면 밤이 올 테고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 올 테고. 구름도 쉬어간다는 노고단인데 나도 쉬어간들 어떠냐고.
두어 달 전쯤, 지리산 산행을 간 김에 노고단이 보이는 집을 구하러 지리산 주변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다 오신 모양인데 집을 당최 구할 수가 없었단다. 몇 년 새 도시의 집값만 천정부지로 올랐나 했더니 시골집들도 값이 많이 오른 것이다. 잡풀이 무성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일망정 혹시 값이 더 오르려나 기대심리로 팔지 않겠다고들 한단다. 사람의 욕심과 욕망을 실컷 감상하고 왔다며, “그래도 노고단은 잘 있더라.” 허허 웃으셨다.
언제 좋은 집이 나타나려나 기다림은 길고 산중생활에 대한 향수가 깊어지니, 노고단 사진을 눈앞에 두고 운해를 생각하며 막걸리 한 통을 꺼냈다. 젊은 날의 기억도 옛사랑의 추억도 문득 떠오를 것이 아닌가. 노고단과 마주 앉아 권커니 잣거니 술 한잔 하려고 보니 이왕지사 집도 못 구한 바에 말라비틀어진 산나물이라도 사 왔으면 안주나 할터인데, 찬밥과 물이 전부이니 ‘물 만 밥이 노고운해(老姑雲海)’라 생각하는 수밖에. 이쯤 되면 ‘나도 노고단처럼 혼자서도 잘 있는 게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