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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운 Jul 30. 2021

인생도 편곡이 필요해

<people to people> 유아음악교육은 ‘같이’와 ‘공감’

1>

십일 년 만에 대학 졸업하는 날,

어린아이 둘러업고 자장가를 불렀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졸업작품으로 연주했던 오케스트라 곡을 씹어 삼킨지는 이미 오래.

음악을 열망했지만 현실에 절망했고

음악을 사랑했지만 멀어져야 했던

스무 살에게 안녕을 고하고 싶었다.


2>

중학교 3학년, <즉흥환상곡>과 <월광 소나타>가 교실을 날아다녔다. 천재였다.

피아노를 배운 지 1년 반 만에 쳐낸 쇼팽이었다.

하늘이 내려준 절대음감의 권한으로 작곡을 했고, 수많은 멜로디에 주석註釋처럼 반주를 붙여 연주를 했다.

피아노를 칠수록 배움을 향한 갈급渴急은 사무쳤다.


3>

원하는 것이 큰만큼 시련은 따라오는 법이라지.

엄마와의 쓰린 이별이 나를 주저앉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나는 거리로 내몰렸다.

배움을 미루어야 했다. 음악을 접었다.

그러나, 예술은 정녕 배고픔에서 기인하는가?

그럼에도 끊어내지 못한 음악이라는 선천적 희귀병을 안고 푸른 청춘의 밤에 영혼을 저당 잡혔다.


4>

실용음악이라고 쓰고 재즈라고 읽는 대학원 공부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원포인트 레슨으로 소문은 왁자해졌고 돈도 벌었지만 허전함은 남았고 정녕 나의 길인가? 자문했다.

그깟 재즈도, 흔한 클래식도, 머리 아픈 입시 수업도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눈앞에 놓인 길의 갈래마다 물음표를 던졌다.


5>

돌아온 인생 2막은, 음악이 뭔지 모를 때로의 회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피아노가 치고 싶을 때마다 두드렸던 책상 건반,

떠오르는 음들로 시도해본 수많은 변주...

아이들을 위한 오르프 편곡이 시작이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색깔 악보와 그림 악보가 아이들의 눈과 귀와 입 그리고 손에서 연주되고 합주되었다.


6>

아이들은 하얀 도화지 위에 선명한 색깔 음표를 그려 넣었고 악기에도 전해주었다.

헝가리 무곡이 오르프 건반 위에서 빙그르르 딩동댕동 춤을 추었고

크시코스의 우편마차가 키보드 위에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편이 더 잘한다!

음악과 악기와 친구들, 같이의 가치를 알아갔고 공명共鳴된 아이들은 기쁨의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7>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음악 편곡이 필요하듯,

인생이란 여정에도 편곡은 필요했다.

길은 찾고자 노력하는 자에게만 허락된 오아시스.

신기루에 현혹되면 찾을 수 없고

때로는 굳은 신념으로 나아가기도

때로는 융통과 결단으로 돌아가기도 하는 것.

인생에도 편곡이 필요한 이유이다.


8>

중심 멜로디를 살린 인생 편곡이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매일의 축제를 즐길 일이다.

아이들의 웃음이 하늘에 가 닿는 순간에도

음표 하나 하나를 매달고 종종걸음 치며 다닐 일이다.






  시에서 ‘ 표현된 주인공은, 현재 경상남도 양산에서 < 페스타 음악연구소 (linvito alla festa, ‘축제로의 초대라는 합성어, 어원은 이태리어)> 운영하면서 유아음악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가장 오래 묵은 중학시절 친구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월광 소나타를 치는 것은 물론 멜로디만 들어도 반주를 얹어 바로 노래를 연주했습니다. 다양한 변주곡을 작곡하는 것은 덤이었지요. 천재였습니다. 피아노 건반의 음들을 정확히 짚어내는 청음 실력으로 ‘귀신소리를 달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참으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것이어서 예상치 못한 많은 변수로 인해 음악을 접기도 했었고 작곡과 대학 학부도 11년 만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실용음악과 대학원 수업엔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오르프’라는 악기에 맞는 음악 편곡을 의뢰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유아음악교육에 대한 실마리를 찾습니다. 이 과정에서 색깔 악보, 그림 악보에 대한 특허를 얻으며 클래식, 재즈와는 또 다른 음악의 길을 모색합니다.


  대학시절부터 운영해 오던 음악학원, 개인 레슨, 입시 음악수업도 많은 부분을 줄여가며 인생 제2막, 유아음악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합니다.

5,6,7살 아이들의 음악수업과 어른들을 위한 반주법 수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아이들 연령과 악기에 따른 다양한 편곡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오르프, 멜로디언, 핸드벨, 키보드... 등 수십 가지의 악기에 <헝가리 무곡>부터 <축배의 노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아빠의 청춘>까지 상상 그 이상의 음악들이 아이들의 눈과 귀, 입과 손가락으로 연주되고 합주됩니다.

 “틀리면 좀 어떤가요? 잘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잣대만 들이대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합주가 빚어내는 감동을 자연스럽게 체득해 나간다” 고 그녀는 얘기한다. 그런 아이들의 합주를 보면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짜릿해진다고.


  인생에는 수 많은 변곡점이 존재하고 그때마다 우리는 정확히 나의 길을 찾아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립니다. 길은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어서 신기루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굳은 신념으로 나아가야 하고 때론 융통과 결단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과감한 편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인생 편곡을 시도하는 그녀에게 ‘오늘 하루’는 축제로의 초대이자 도전이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https://youtu.be/tSAwZP8e-zQ

친구가 좋아하는 쇼팽의 피아노곡 녹턴. Nocturne in C minor Op.48 No. 1(first stage).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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