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당모의(作黨謨議) 단열제>
인호가 시청 앞 사거리 코너에 빵집을 연 것은 커다란 사건이었다.
친구들과 길을 걸을 때도 한 발 옆이나 한 발 뒤에서 말없이 따라 걷는, 보통 하고도 보통, 그야말로 그림자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5백만 원 종잣돈으로 2년 동안, 밥 먹고 잠자는 시간외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끌어모아 투자를 해서 2억을 번 뒤 손 털고 직장도 그만뒀다는 것이다.
번듯한 직장은 아니었지만 웬만한 회사에 다니던 녀석이 ‘이대로 평생을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비트코인 한우물만 팠다는 후문인데 그게 절박함이라고 한다면 편의점 알바를 1년 반째 하고 있는 나는 어디 가서 코를 박고 죽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불편한 것은 그 빵집이 내가 일하는 편의점과 하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인호의 얼굴이 얼핏 지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미쳐 날뛰었던 것이다.
빵집은 대박에 대박을 치고 있었다.
빵을 사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름마저 희미한 동창들, 전 직장 동료들, 투자의 팁이라도 한마디 듣거나 기운을 받으려는 한량들, 사돈의 팔촌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드나드는 모양이었다.
매일매일 나는 건너편 빵집과 인호를 바라보며 미워도 미워하지 말자는 다짐,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된다는 위로, ‘꿈’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확신, 노력은 집중하는 것이라는 교훈, 화는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야, 인마, 너는 이제부터, 또, 이 빵집에 갇힌 거야, 알기나 하냐?”
빵집 문을 나서며 나는, 이상처럼 날개가 돋으려나 등 쪽이 가려웠다.
단열제는 작당모의 매거진에서 준비한, 단 열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 문학제를 말합니다.
4인 4색, 결 다른 사람들이 글쓰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대로 한번 써보자는 모의이며, 함께 생각을 나누며 어울려 살자는 시도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매거진에 글로 작당 모의할 예정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수작(手作) 들어갑니다~,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