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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Apr 05. 2018

시련과의 타협

결국은 내가 하는 일, 결국은 나를 끌어안는 일.

참 공평한 것이... 살다 보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 살아있다면 누구나 겪는 '시련'. 피할 수만 있다면 참 피하고 싶지만 살다 보면 정말 말 그대로 살. 다. 보. 면 작은 시련도 큰 시련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시련과 마주하시나요? 시련 ing 현재형인 경우라면 그 누구도 홀로 그 시련과 팽팽하게 마주한다는 것, 참 어려울 겁니다. 누구에게 다 터놓고 힘든 이 고통을 다 토해내고 울고 불고, 도움도 청해보고, 주저앉아도 보고, 발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별 짓을 다해도 결국은 제자리 결국은 나 혼자 마주하고 있는 시련입니다.

오늘은 힘든 마음을 기대어 볼 수 있는 미술을 소개할까 합니다.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것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이기도 하지만, 인간에게는 믿음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찾게 되는 영역인 바로 '종교'입니다. 많은 종교가 있지만 오늘은 불교미술, 불화에 대해 준비해보았습니다.

출처 : Naver Image

탱화에도 유형이 상당히 많이 나뉩니다. 불화의 위치로 나누는 상단탱화/ 중단 탱화/ 하단 탱화로 나뉩니다. 또 탱화의 내용에 따라서 본존불(예배에 중심이 되는 부처)에 따라 구도와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많은 불화 중에서도 '수월관음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수월관음도에는 관세음보살이 본존불로 그려진 불화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들을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는 보살입니다. 관자재보살, 광세음 보살, 관세자재보살, 관세음자재보살 또는 관음보살이나 관음(觀音)이라고 불립니다.


출처 : Naver Image / 김우문필 수월관음도

위 그림은 1310년 고려시대에 충선왕의 왕비 숙비가 발원하여 김우문, 이계, 임순 등 궁중화원이 그린 것으로, 현존하는 불화 중에 가장 크고 기법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명작이기도 합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선재동자가 있고, 그림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세음보살이 있습니다.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면서 관세음보살의 의상과 보석들 역시도 화려하면서 다채로운 색채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색채를 화려하게 쓰기도 했지만, 관세음보살이 입고 있는 옷을 보시면, 패턴 또한 상당히 화려하고 세밀하게 들어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재동자에 비해 상당히 큰 풍채를 가진 관세음보살의 크기가 압도적이지만, 공포감이나 위압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온화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선재동자를 바라보는 모습이 표현되어 더 그러한 듯합니다. 뿐만 아니라 관세음보살을 감싸고 있는 주위의 풍경은 풍성한 풀잎으로 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관세음보살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보살이기도 합니다. 다들 정확하게는 몰라도 관세음보살에 대해 들어본 적은 많은 걸 보면 확실히 잘 알려진 보살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릴 적 저희 할머니는 '관세음보살'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어린 나이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그저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유 없이 기억에 남는 말이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미술교육이라는 대학원 전공을 통해 불교미술에 관련한 수업을 들었고,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관세음보살의 의미와 할머니의 관세음보살을요.

고통과 괴로움 없이 살게 해달라는 우리의 간청에 귀를 기울이는 보살이 바로 관세음보살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어디서든 부르면 달려와서 세상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없애고 도와준다는 보살이라고도 합니다. 관세음보살은 많은 불경에 등장하며 만월, 수월, 천수 등 불리는 이름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수월관음도의 '수월(水月)'은 물속의 달이라는 뜻으로 하늘에 있는 달이 동시에 강에 비치듯 관세음보살은 어느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어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관세음보살의 자비가 모든 곳에 비추어 중생을 지켜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참 좋은 뜻인 것 같습니다.


출처 : Naver Image /  좌) 서구방필 수원관음도   우) 함안군 부인 윤씨 수월관음도

수월관음도는 고려시대뿐 아니라 몇 작품이 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보다는 일본에서 대부분 소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지요.


수월관음도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관련 도서 <미술관에 간 붓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격량이 부는 바다는 우리를 의지할 바 없는 어린아이로 만든다. 삶의 고통은 우리가 어떤 지위에 있든, 무엇을 소유하고 있든 관계하지 않고 존재 그 자체를 직면하게 만든다. (중략) 고통 외에 우리를 순수한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없을까? 어머니, 그 거룩한 이름의 존재 앞에서 모든 인간은 어린아이가 된다. 어머니의 사랑 앞에는 그 어떤 겉치레도 속임수도 필요치 않다. 보잘것없이 남루하고 헐벗을 때에도 어머니의 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아프고 병들었을 때 어머니의 손은 약손이 되고, 세상에서 실패하여 갈 곳 없을 때에도 축 처진 어깨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를 아무 꾸밈없는 어린아이로 만든다. (중략) 우리를 선재동자로 만드는 힘은 위압적이고 초월적인 힘이 아니라 어머니처럼, 공기처럼 우리곁에서 지켜보는 자비의 힘이다".


이 글을 읽고 다시 수월관음도를 보았습니다. 어머니를 대신하는 온화하면서도 따뜻한 모습이 더 잘 보였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듣고 나니 관세음보살의 의미와 할머니가 늘 입에 달고 사셨던 이유에 대해 더 명확해졌습니다. 단순한 종교적 의미, 단순한 불화의 일부가 아닌 이 시대의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한 폭이 아닐까 합니다. 한 폭의 그림일 뿐이지만, 어머니와 같은 그림. 시련에 주저앉은 나를 소리 없이 일으킬 수 있는 마음 깊은 곳의 존재이기에 의미가 상당한 한 폭이 아닐까 합니다.

 


 시련이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희로애락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라면 시련과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시련이 닥치면, 고통을 느끼면, 그 괴로움을 호소하지만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수월관음도의 선재동자처럼 마음을 비우고 간절한 마음으로 고통을 인내하는 것 같습니다. 고통을 피하려 발버둥을 치는 순간도, 이미 직면하고 괴로움을 한 몸에 겪는 순간도, 이 모든 시간을 견뎌내는 것도 결국 우리 자신입니다. 참 대단하지요. 다들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또 그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합니다. 내가 나를 지키고 내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 살아갑니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아마 어머니, 믿음, 관세음보살 같은 힘이 있기에 시련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련을 마주하는 일이 버겁지만 우리는 어제도 시련을 다독여 돌려보냈고, 그런 나를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내일도 언젠가 살면서 또 문득 찾아오는 시련에게도 겁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반갑게 인사는 할 수 없는 사이이지만, 담담하게 맞이하고 씩씩하게 또 돌려보내면 됩니다. 내일도 행복하길 바라는 여러분을 위해 할머니의 기도를 합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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