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완 선생님의 글씨체는 나의 인생체가 되었다.

그 스승의 인자한 카리스마를 닮고 싶다.

by 박독자
당시에 받은 엽서의 그림 (로티의 모험; 1992)

모두 타이핑 치는 이 세상과 동떨어지는 이야기이다.

어려서 글씨는 필자의 얼굴이라 배웠다.

자존감이 낮고 소심했던 나는 글씨를 잘 쓰려고 했다

그러면 괜히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된 것 같이 으쓱했다.

처음에는 무척 악필이라 고단했다.

이글씨 저글씨 잘 쓴다고 생각하는 글씨를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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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린 시절의 일기나 독서록 같은 기록을 본다.

글씨가 앞장 뒷장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런 글들을 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개중에는 옆자리 짝꿍 글씨를 따라 쓴 독서록이 있다.

자음이 한 글자의 90% 차지하던 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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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글씨체는 당시 내가 쓴 기록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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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의 엽서를 간직하고 있다.

20년도 더 된 엽서이지만 무척 소중한 카드이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잘 다루셨다.

가끔 무르게 흘려보내시고,때때로 단단하게 다져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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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은 닌텐도가 허락되는 유일무이한 교실이었다.

(게임기가 없던 나는 구경만 해도 무척 재미났다.)

체육시간에는 선생님과 함께 뛰놀며 축구를 했다.

(선생님과 함께 놀던 모습은 초등학교 추억 중 한 장면이다.)

반 곳곳에 숨겨진 보물카드를 찾아 선물도 받았다.

(커터칼, 연필 등 소소하지만 소중했다.)

칭찬스티커를 모아서 선생님께서 짜장면도 시켜주셨다.

(그때 고춧가루를 처음 뿌려서 먹었다.)

(같이 먹은 친구도 있었는데 가물가물하다.)

방송반이셨던 선생님은 금요일 조회 때 자리를 비우셨다.

떠드는 2학년 1반 동급생들의 소란이 진정되지 않았다.

반장이었던 나는 서글퍼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괘씸하다. 반장이 우는데ㅠ)

(한편으로는 웃기다. 떠든다고 울다니ㅋ)

점심시간 축구하다가 수업이 시작하고 들어온 적이 있다.

복도에서 혼나고 벌을 섰다.

(실수라기 보다는 즐거우니 그냥 하지 않았을까.)

(당시의 나는 헤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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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마음에도 담임 선생님께 존경의 뜻이 있었다.

스승에 대한 존경, 감사, 당시의 추억이 엽서에 서려있다.

그 엽서의 글씨체,

이명완 선생님의 글씨체는 나의 인생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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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어엿한 성인이 되면

그 글씨에 나의 얼굴을 담고 싶다.

그 스승의 인자한 카리스마를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