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만에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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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이고 감각적 선택을 하는 삶이었다.
1년 부터 멀게는 10년 단위 계획을 세우는 이들을 봤다.
체계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삶이 멋있었다.
현재를 즐기며 결과에 도달할 것 처럼 보였다.
그 길을 무작정 따라나섰다.
계획 이행 수정 이행 무너짐 다시, 계획
각진 바퀴 자전거처럼 ‘삐그덕’ 굴러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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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나를 잡아먹었다.
계획의 압박과 약간의 틀어짐은 내 주리를 틀었다.
계획과 이행 사이의 스트레스가 나를 몰아세웠다.
체력적인 부담은 그 스트레스를 관리하기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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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으로부터 탈출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몸을 내던졌다.
그렇게 시간은 잘 흘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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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봤다.
얼어있던 무언가 조금씩 녹으며 그 시작을 봤다.
인생의 의지와 흥미를 봤다.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다.
끝없이 깊은 미래의 우물에 던진 행운의 동전 한 닢이다.
다시 펜을 들었다.
다시 자전과 공전 속에 바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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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시작된 밀물과 썰물로 어루만지며 토닥인다.
넓은 세상 소리가 마음으로 따스하게 울려 퍼진다.
나태했던 시간을 보낸 그대여 자책하고 절망마라.
시간은 잘 흘러만 간다.
붙잡는 것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