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은 아니다

소요산(逍遙山)(대한민국 100대 명산)

by 박독자

2025년 12월 31일 23시 59분

어쩌다 보니 잠들지 않는다.

2026년 1월 1일 00시 00분

어쩌다 보니 새해 인사를 나눈다.

어쩌다 보니, 새해라고 설렌 것은 아니니,

호들갑은 아니다.


1월 1일은 공휴일이다.

휴일을 맞이하여 등산 가고 싶다.

1호선 타며 듣던 소요산이 궁금하다.

오전에 다녀와서 점심 먹어야지.

새해맞이로 일출 보러 가지 않았으니,

호들갑은 아니다.


소요산에 대해서 찾아본다.

이름에 ’악(岳)‘은 없다.

해발고도는 높지 않다.

등산 초보도 갈만 하다고 한다.

대충 찾아보고 갔으니,

호들갑은 아니다.


소요산을 내려온다.

어째서,

이름에 ’악(岳)‘이 없는가.

입산 : 2026년 1월 1일 10시 30분

하산 : 2026년 1월 1일 15시 30분

칼바위 구간은 네발로 간다.

미끄럼주의 표지를 보며 미끄러진다.

하산 구간은 뒤로 엉금엉금 간다.

다만, 아이젠도, 스틱도 없으니,

호들갑은 아니다.


2026년 1월 7일

등산을 마친 지 여섯째 날이다.

여운이 깊은 등산이었음을 되새긴다.

호기로운 시작.

난관을 이겨내기 위한 정진.

완전히 지치기 전의 적당한 휴식.

길어지는 도전에 다잡는 멘탈.

맑고 광활한 고요를 채우는 자연의 은근한 음성.

단순한 등산에서 느낀 깊은 여운이니,

호들갑은 아니다.


이 악물고 호들갑 떨지 않으려 한다.

과한 의미 부여로 스스로 몰아쳐 지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억누르지 않기 위해,

마음의 스펙트럼이 요동치지 않기 위해,

이 악물고 부정하니, 오히려

호들갑을 떨지 않으려, 더욱

호들갑 떠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호들갑은 아니다.


굳이,

새해라서 조금은 떨어야 한다면,

그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니, 그다지 무의미한

호들갑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