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소년의 술자리
나는 오랜만에 술자리에 왔다.
유쾌할것만 같았던 술자리.
하지만 그 술자리에서 유쾌했던 거라곤. 얼음이 담긴 소주잔밖에 없었다.
"야! 그래서 지금 넌 그렇게 생각한다는거야?"
모든 술자리에서 그렇듯 남자들의 언쟁이 오갔다.
둘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맛있게 나온 안주들은 점점 식어갔다.
그자리에 있던 안주와 소주잔, 맥주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무안한 자리였다.
나는 소주잔을 들여다 보았다.
소주잔안에는 얼음 하나가 들어있었다.
물컵에도, 맥주컵에도, 얼음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친구들은 내게 묻는다.
"야 누가 소주잔하고 맥주잔에다가 얼음을 넣고 무슨맛으로 먹냐? 유별나다니까."
얼음과 컵은 맥주던, 소주던, 물이던 무엇이든간에 시원하게 담아낸다.
흠 나는 이걸 시원하게 품는다고 한다.
따뜻하게 품는 것과는 다른의미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멋진일이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데도 있어서 시원하게 다른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이와같다.
틀리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쟁은 길어지고 서로의 목소리는 뜨거워져서
얼음은 녹고 닝닝하고 미지근한 술자리를 만들테니..
아 .. 그녀가 보고싶다.
어서 집가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