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음악하고 싶다

by DjGirin

얼마나 오래 음악을 할 수 있을까.


10년? 20년? 아니면 평생?


뮤지션에게 '오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 무대에 선다는 것이다.




90세의 라이브


옫쏭은 롤모델에 대해 이야기했다.


"패트리스 러신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50 몇 년생이에요. 그 여자분이신데 싱어이시면서 재즈 피아니스트 하시는 분인데, 최근에 롤랜드 홍보 영상에 나오시더라고요. 진짜 정정하시네요."


70대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활동하는 뮤지션. 옛날에 반짝했던 게 아니라, 지금도 현역이다.


"그렇게 꾸준하게 음악을 끌고 가신다는 게 자기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그녀는 또 다른 영상을 이야기했다.


"귀감이 된 영상 중 하나가 그 맥코이 타이너라는 피아니스트가 있는데, 90세 라이브 영상이 있어요. 80 몇 세가 90세에 거의 가까운 나이에 라이브를 치는 걸 보고 큰 귀감을 받았어요."


90세에 피아노를 친다. 무대에 선다. 관객 앞에서 연주한다.


"그래서 어, 근데 100년을 음악하고 싶다 약간 이런 생각도 좀 들게 만드는 그런 영상들이 있던 거 같아요."


100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음악만 하는 삶. 그게 가능할까.




도전하는 사람만 남는다


조우진은 대학 때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밴드 제의가 들어왔다. 합류하면 알바를 그만두고 음악에 올인해야 했다.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고민이 됐다.


교수님께 여쭤봤다.


"교수님이 딱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저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도전하는 애들은 마흔 넘어서도 음악하고 있더라.'"


그리고 덧붙였다.


"'젊었을 때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애들이 다 음악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 멘트만 하셨어요."


담백한 말이었다. 하지만 진실이 담겨 있었다.


안정을 추구하면 떠난다. 도전하면 남는다. 조우진은 바로 알바를 그만뒀다. 밴드에 합류했다.


"바로 알바할 때 사장님한테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연락을 다시 해서 아직 베이스 자리가 있냐?"


그 선택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40대가 넘은 멤버들과 함께 앨범을 내고,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즐겨야 오래 간다


하우지인더룸은 오래 하는 비결을 이야기했다.


"일단은 끝없이 그냥 부딪쳐 봐야 되는 거 같고. 그리고 결국에는 음악도 락이다."


락(樂). 즐거울 락.


"즐겨야 오래 간다. 즐겨야 이제 성공하든 안 하든 붙잡을 수 있다."


성공하든 안 하든. 이 말이 핵심이다.


성공해야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다. 성공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즐거움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즐기지 않으면 지친다. 조회수에 일희일비하고, 수익에 절망하고, 결국 떠난다. 즐기면 버틴다. 조회수가 낮아도, 수익이 적어도, 내일 또 작업실에 앉는다.




동료가 있어야 오래 간다


Route1의 수주와 라스트 마시는 듀오로 활동한다. 그들은 동료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음악 오래 하시는 분들 보면은 꼭 동료가 몇 분씩 있더라고요."


혼자 하면 외롭다. 외로우면 지친다. 지치면 그만둔다.


수주는 롤모델을 이야기했다.


"저도 롤모델이 포플레이 같은 분들인데, 포플레이 어르신 네 분이서 밴드 하시잖아요. 그럼 와, 몇 년을 같이 했을까. 마 3, 40년 같이 하고 있고 막 이러거든요."


40년을 함께 음악하는 밴드. 그게 가능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진짜 서로를 의지해서 이 시간까지 음악을 했던게 아닐까 이런 생각 되게 많이 하거든요."


수주는 결론을 말했다.


"그래서 그걸 롤모델 삼고 열심히 음악 오래오래 하고 싶네요. 결론은 그겁니다. 앞으로도 오래 가자고."


라스트 마시도 화답했다.


"저희는 항상 좋은 노래를 만들 거니까요. 정말 들어서 후회하지 않을 노래들만 많이 만들도록 해 보겠습니다."


오래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혼자 100년을 버티기는 어렵다.




건강과 마인드


UL은 오래 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이야기했다.


"건강도 건강인데 좀 마인드가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건강은 기본이다. 하지만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


"기분이 막 안 좋으면 그날 막 뭔가 몸 상태도 안 좋은 거 같고, 그날 공연을 만약에 한다 하면 그게 다 느껴지잖아요, 사실 노래에서."


기분이 노래에 드러난다. 컨디션이 연주에 드러난다. 그래서 마인드 관리가 필요하다.


"항상 잘되진 않잖아요. 노래나 건반 치는 거나. 그러다 보니까 치다 치다 보면 진짜 짜증나잖아요. 아, 이거 왜 틀렸지? 머리 뜯고 싶고."


실패하면 짜증난다. 틀리면 좌절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근데 그런다고 사실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한번 울적했다가, 근데 거기서 멈추는게 아니라 다음날 기분 좋으려고 좀 많이 노력하는 거 같아요."


울적해도 멈추지 않는다. 다음날 기분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나 죽지 않았다


커비는 뮤지션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음악하는 사명은 계속 발매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계속 발매한다. 곡을 낸다. 세상에 음악을 던진다.


"나 죽지 않았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생존 신고가 앨범과 함께."


생존 신고. 나 아직 살아 있다. 아직 음악한다. 포기 안 했다.


"인스타만 한다고 다 음악인이 아니고, 어쨌든 계속 발매하고 나 뭐 한다, 나 어떤 거 하고 있다 이런 거를 계속 보여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인이라는."


SNS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곡을 내야 한다. 그게 뮤지션의 증명이다.


커비는 악플과 싸우면서도 계속 발매했다. 장르를 바꾸면서도 계속 발매했다. 그래서 지금도 음악을 하고 있다.




취미처럼 음악하기


옫쏭은 독특한 방식으로 음악을 대했다.


"저는 사실 취미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돈을 벌 수 없다, 직업이라는 게 돈을 벌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해서. 어느 정도 저한테는 이게 직업이긴 하지만, 직업만큼 열심히 하지만 이제 하나의 취미 같이 돼서. 쉴 때 그냥 거의 작업 다 하는 거 같아요."


취미처럼. 그러나 직업만큼 열심히.


이 말에는 지혜가 있다. 직업으로만 생각하면 압박감이 생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스트레스. 그러다 지친다.


취미처럼 생각하면 달라진다.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쉴 때 작업한다. 즐거우니까 계속한다.




내가 만난 뮤지션들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오래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즐긴다. 하우지인더룸처럼 성공과 상관없이 즐긴다. 즐거움이 동력이다.


둘째, 도전한다. 조우진처럼 안정을 버리고 도전한다. 도전하는 사람만 남는다.


셋째, 동료가 있다. Route1처럼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 혼자는 외롭다.


넷째, 마인드를 관리한다. UL처럼 기분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울적해도 다음날 다시 일어난다.


다섯째, 계속 발매한다. 커비처럼 생존 신고를 한다.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다.




나의 100년


나도 100년을 음악하고 싶다.


30대 중반인 지금, 앞으로 60년 이상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


맥코이 타이너처럼 90세에도 피아노 앞에 앉고 싶다. 포플레이처럼 40년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옫쏭처럼 취미처럼 즐기면서도 진지하게 음악하고 싶다.


그러려면 뭘 해야 할까.


하우지인더룸의 말이 답이다. "즐겨야 오래 간다."


즐기자. 조회수에 매몰되지 말자. 수익에 절망하지 말자. 음악 자체를 즐기자. 만드는 과정을 즐기자. 연주하는 순간을 즐기자.


그래야 100년을 버틸 수 있다.




오래 가는 법


100년을 음악하고 싶다면.


첫째, 즐긴다.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음악 그 자체를.


둘째, 도전한다. 안정에 안주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셋째, 동료를 찾는다. 함께 울적해지고 함께 회복할 사람을.


넷째, 건강을 챙긴다. 몸도 마음도. 그래야 무대에 설 수 있다.


다섯째, 계속 발매한다. 살아 있다는 증거를. 음악으로 생존 신고를.


옫쏭이 본 맥코이 타이너처럼, 90세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


조우진의 교수님 말처럼, 도전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커비처럼, 계속 발매하면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


100년. 아직 60년 이상 남았다.


오늘도 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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