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란 무엇일까.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사람? 공연에 오는 사람? 댓글을 다는 사람?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팬의 정의는 뮤지션마다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는 같다. 팬이 있기에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
팬이 없다고 생각했다
yemin은 자신에게 팬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 제가 팬이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유튜브 가면 오실 수 없는 외국 팬분들이 되게 많으시고, 한국 팬분들을 보기 좀 어렵다고 생각을 했는데."
공연에서 물어봤다. 팬이면 손 들어달라고. 아무도 안 들었다.
"근데 그날 이후에 인스타그램에 제 라이브 영상이랑 저를 태그해 주시고 '오늘 되게 잘 들었어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있었다. 팬들이. 그냥 조용했을 뿐이다.
"항상 꼭 올게요, 꼭 갈게요라고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없어서 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와 주셔 가지고 막 단독 콘서트가 막 매진이 되기도 하고."
말은 안 해도 온다. 댓글은 안 달아도 저장한다. 공연에 갈게요라고 안 해도 간다. 조용한 팬들. 그들이 진짜 팬이다.
"우리 팬분들 도대체 어디 계시지?"
yemin의 물음이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있다. 조용히.
음악이 누군가를 치유했다
대니딕에게는 해외 팬들이 있다.
"내가 너무 힘들었는데 음악을 듣고 너무 치유가 됐다."
이런 DM이 온다. 자신이 만든 음악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줬다는 것. 그게 뮤지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한국에 방문을 한 팬 중에 저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 꼭 만나려고 하거든요."
해외에서 한국까지 왔다. 자신의 음악을 듣고. 그 팬을 대니딕은 꼭 만난다. 멀리서 온 사람을 외면할 수 없으니까.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치유제다. 누군가에게는 동반자다. 누군가에게는 한국까지 오게 만드는 힘이다.
관객과 연결되는 순간
Route1의 수주와 라스트 마시는 공연의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때는 진짜 내가 삶에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나 싶고."
무대에서 관객과 하나가 되는 순간. 같이 신나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순간.
"근데 또 이상하게 제가 그렇게 되면은 관객분들도 모두는 아니더라도 그게 같이 연결되는 분들이 계신 거 같아요."
뮤지션이 신나면 관객도 신난다. 뮤지션이 진심이면 관객도 느낀다. 그 연결이 공연의 마법이다.
모든 관객이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결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다음에도 온다. 그들이 팬이 된다.
한 명의 관객
최유담은 관객의 숫자에 대해 말했다.
"한 명의 관객, 두 명의 관객이 있어도 저 언제나 이제 열심히 다해야 돼요."
한 명. 단 한 명의 관객. 그 한 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100명 앞에서 하는 공연과 1명 앞에서 하는 공연. 퀄리티가 같아야 한다. 아니, 1명 앞에서 하는 공연이 더 정성스러워야 할 수도 있다. 그 한 명이 평생의 팬이 될 수 있으니까.
인디 뮤지션에게 관객 1명은 소중하다. 그 1명이 10명을 데려오고, 10명이 100명을 데려온다. 처음의 1명을 소홀히 하면, 그 연쇄는 시작되지 않는다.
관객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해일럽은 관객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예술은 즐겨 주시는 관객분들 보러와 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진 않지만 많이 퇴색되고 예술인들이 또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힘들어지고 포기하게 됩니다."
관객 없이도 음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 없이 계속하기는 어렵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을 평생 만들 수 있을까.
예술은 소통이다. 만드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관객이 없으면 예술은 퇴색된다. 예술인은 포기하게 된다.
해일럽의 말은 솔직했다. 관객이 필요하다고. 그들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고.
아이유 옆에 클라베
클라베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우크 러시아 사람 틱톡 계정이 케이팝을 소개하는 그런 계정이었는데 좀 팔로어가 많으신 근데 그분이 뭐 아이유 블랙핑크 옆에 클라베가 있는 거예요."
아이유, 블랙핑크, BTS. 그 옆에 클라베. 러시아 틱톡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돼서 막 러시아랑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뭐 이런 쪽에 이런 쪽 나라의 팬분들이 그때 많이 생겼었어요."
틱톡 팔로워가 만 명을 넘었다. 그런데 전쟁이 났다.
"제 인스타그램에서 막 이제 그 두 국가끼리 두 그 두 국가의 팬분들이 막 싸우고 이랬거든요."
러시아 팬과 우크라이나 팬이 싸웠다. 클라베의 인스타그램에서. "너 막 러시아 지지하는 거냐?"라는 질문까지 받았다.
인디 뮤지션이 국제 정세에 휘말리다니. 팬이 생긴다는 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노래를 선물 받다
정아리아는 해외 팬이 많다.
"제 생일날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노래 제가 좋아하는 거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클래식 음악이랑 제 노래를 섞어서 편곡을 해 가지고 이집트나 이런 데서 피아노곡으로 연주를 해서 보내 준다던가 아니면 기타 연주를 직접 해 주면서 불러 준다던가."
생일에 팬이 노래를 선물했다. 그녀의 노래와 클래식을 섞어서. 이집트에서.
"그때도 이제 누군가를 위해서 노래 부를 줄 알았지만 이렇게 딱 들으니까 울컥하더라고요."
늘 노래를 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노래를 받았다. 그 감동.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주고, 팬이 받는 것만이 아니다. 때로는 팬이 아티스트에게 선물을 준다. 응원을, 감동을, 때로는 음악까지.
내가 만난 팬들
나도 팬을 만났다.
VMR을 하면서 처음으로 '팬'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매주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들. 댓글을 다는 사람들. 라이브에 접속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신기했다. 내 방송을 왜 보지? 내 연주를 왜 듣지?
그런데 깨달았다. 팬은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꾸준히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다. VMR을 매주 하고, 피아노를 계속 치고, 음악을 꾸준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팬은 노력의 결과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팬의 무게
팬이 생기면 책임도 생긴다.
최유담처럼 한 명의 관객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니딕처럼 멀리서 온 팬은 꼭 만나야 한다. 해일럽처럼 관객이 있어야 계속할 힘이 생긴다.
팬은 숫자가 아니다. 사람이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시간을 내서 내 음악을 듣는다. 그 무게를 알아야 한다.
63명의 뮤지션들은 팬의 무게를 알았다. 그래서 계속했다. 힘들어도, 돈이 안 돼도, 조회수가 낮아도. 팬이 있으니까.
팬에게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의 팬일 것이다.
yemin의 팬처럼 조용히 응원하고 있을 수 있다. 정아리아의 팬처럼 멀리서 선물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 Route1의 공연에서 같이 신나는 사람일 수 있다.
팬의 힘은 크다. 댓글 하나, 좋아요 하나, 저장 하나. 그것이 뮤지션에게는 계속할 힘이 된다.
조용한 팬도 괜찮다. 하지만 가끔은 목소리를 내줘라. "잘 듣고 있어요." 그 한마디가 뮤지션에게는 큰 힘이 된다.
팬이라는 존재
팬은 뮤지션의 거울이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팬을 보면 안다. 내 음악이 힘을 주는 음악이면 힘이 필요한 사람들이 팬이 된다. 내 음악이 즐거운 음악이면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팬이 된다.
팬은 뮤지션의 이유다.
왜 음악을 하는가. 돈? 명예? 자기만족? 결국은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서다. 그 '누군가'가 팬이다.
팬은 뮤지션의 동력이다.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건 팬이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계속할 수 있는 건 팬이 있기 때문이다.
63명의 뮤지션들이 계속 음악을 하는 이유. 팬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