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의 기술

by DjGirin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뮤지션도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는 없다. 작곡, 편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나오는 시너지는 대체 불가능하다.


콜라보는 기술이다. 배워야 하고, 연습해야 한다.




듀오의 티키타카


Route1은 듀오다. 보컬 수주와 프로듀서 라스트 마일.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이 궁금했다. 어떻게 티키타카를 하는지.


"저희가 곡을 작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빠가 먼저 트랙을 보내 줄 때도 있고요. 어떨 때는 제가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그냥 코드 대충 집어 가지고 스케치해서 보낼 때도 있어요."


수주가 스케치를 보내면 라스트 마일이 다듬는다.


"되게 제가 1차를 하면 되게 암울하게 좀 엄청 어둡게 이렇게 돼 있는데 오빠가 항상 되게 좀 메이저하고 좀 바꿔 주는 경향이 있거든요."


서로의 성향이 다르다. 수주는 어둡게, 라스트 마시는 밝게. 그 차이가 균형을 만든다.


"그래서 마일랑 수조랑 되게 잘 맞는다고 느낀게 제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들려주면 항상 이렇게 잘 왔다 갔다 해요. 그러니까 오빠 이거는 너무 이런 스타일인데 이거 좀 다시 해 봐 이런 적은 없었고."


서로 신뢰한다. 상대방이 보내준 것을 존중한다. 그래서 오래 함께할 수 있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사이


프로듀서 한상태는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했다.


"협업할 때도 약간 그런 부분들이 이제 장점이 돼서 작업이 빨리 끝낼 수 있는 반면에 또 이제 저랑 좀 안 맞는 케이스는 저랑 성향적으로 안 맞는 분들은 이제 이런 저의 방식에서 뭔가 본인이 조금 더 의사 표현을 못 해 가지고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 경우 그럴 때는 저랑 하면 조금 그럴 수 있겠죠."


모든 사람과 잘 맞을 수는 없다. 성향이 다르면 충돌한다. 그게 나쁜 게 아니라, 궁합의 문제다.


"어떤 아티스트들의 성격이나 그런 것들을 잘 파악을 해서 이 사람들이 본인들 능력을 좀 많이 최대치로 낼 수 있도록 좀 도와줘야 되는 게 제 일인데 그게 좀 잘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던 거 같고."


프로듀서의 역할은 아티스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 하지만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인정해야 한다.


한상태는 협업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결국은 이제 인간적인 성격이나 어떤 궁합이 중요한 거 같아요."


기술보다 궁합. 실력보다 성향. 협업의 성패는 거기서 갈린다.




색깔이 강한 아티스트


커비는 프로듀서들이 어려워하는 보컬이다.


"다른 프로듀서 분들하고도 작업을 할 때 프로듀서 분들이 저를 되게 어려워 하세요. 왜죠? 제가 색깔이 너무 세니까."


색깔이 강하면 협업이 어렵다. 프로듀서가 만든 트랙에 보컬을 맞춰야 하는데, 커비는 거꾸로 트랙을 바꾸려 한다.


"이 수정사항 말씀드려요. 아 이거 드럼이 좀 너무 많고요 시작해 가지고 아 이거 조금만 빼주면 될 거 같고 아 BPM 조금만 낮추면 될 거 같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BPM을 낮추면 샘플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커비의 해결책은 솔직함이다.


"저 이거 못 하겠어요. 그냥 못할 거 같으면 못 하겠다고 얘기하고 그래도 좀 손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면 이거 그래도 편곡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저는 솔직하게 얘기해요."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말한다. 억지로 하면 둘 다 고생한다. 시간 낭비다.


"그 시간 낭비시키는 거를 시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함이 협업의 기술이다. 안 되는 것을 되는 척하면 결과물이 망가진다.




장르를 넘는 콜라보


해일럽은 특별한 공연을 했다. 대금, 기타, 보컬의 조합.


"그 공연은 되게 뜻깊은 공연이었어요. 대금의 하동민 선생님이랑 그리고 기타리스트 박지은 님. 원래는 두 분이 듀오로 기획이 됐었는데."


국악과 서양악기.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다.


"국악과 서양 악기와 그리고 보컬까지. 그렇게 저를 추천해 주시고 막 밀어 가지고 다행히 다들 오케이 하셔서 제가 그 공연에 함께하게 됐는데요."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합주도 많이 하고요. 어떻게 하면 이걸 좀 더 우리가 좀 더 뭐랄까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이 대화를 나눴어요. 단톡방에 진짜 이만큼."


단톡방이 폭발했다. 서로 다른 악기, 서로 다른 배경. 맞추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저는 통영을 처음 가봤어요. 근데 그 공연을 하면서 너무 제 기억으로 행복하고 그리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해일럽은 앞으로의 계획도 말했다.


"아 저 그분이랑 꼭 한번 앨범 또 싱글 작업을 해야 될 거 같아요. 국악과 이게 상당히 어울려요."


콜라보가 새로운 콜라보를 낳는다. 한 번 함께하면 다음이 생긴다.




밴드의 소통법


조우진은 램쉘터라는 밴드에 합류했다. 여섯 명이 함께하는 팀.


"드럼 베이스 피아노 기타 트럼펫 섹소폰 이렇게 여섯 명이 활동을 하고."


여섯 명이 합주하려면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그들의 해결책은 의외였다.


"저희는 합주를 합주를 안 했어요. 사실은 연주 전에. 왜냐면 저희는 이미 곡 자체가 다 준비되어 있던 팀이다 보니까."


곡이 정해져 있으니 각자 연습하고 온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소통한다.


"저희가 카톡으로 영상 뭐 이런 것들을 올려 가지고 좀 이런 노래를 해 보면 어떨까라는 것들을 되게 소통을 많이 했었어요."


카카오톡으로 영상을 공유한다. 이런 노래 어때? 이런 식으로 해보면? 비대면이지만 충분히 소통한다.


조우진은 그 과정을 즐겼다.


"저는 이제 연주 초반에야 악보를 되게 보면서 막 벌벌 떨면서 이렇게 연주를 했다가 한 3월 4월부터 이제 그냥 이렇게 천장 보면서 이렇게 연주하고."


처음에는 떨렸다. 하지만 소통이 쌓이면 편해진다. 악보 없이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가족과의 콜라보


더 밀리웨이스는 특별한 피처링을 했다. 자신의 아들과.


"이안이도 여기 이 곡에 피처링을 했어요. 이안이도 이제 보컬을 했어요."


아들의 목소리를 곡에 담았다. 암 투병을 하며 함께 산책하던 시절을 담은 곡이다.


"그때 좋은 추억들이 있어서. 약간 그때를 그리면서 곡 자체는 사실 당시에 지은 곡이에요."


음악은 기록이다. 함께한 시간을 음악으로 남긴다. 아들과의 산책을, 아들의 목소리를.


콜라보는 꼭 프로 뮤지션끼리만 하는 게 아니다. 가족과도 할 수 있다. 친구와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내가 배운 콜라보


나도 VMR을 하면서 많은 뮤지션과 협업했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내 스타일만 고집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배웠다. 콜라보는 양보가 아니다. 내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것을 합쳐서 더 큰 것을 만드는 거다.


Route1처럼 서로 신뢰하면 티키타카가 된다. 커비처럼 솔직하면 시간 낭비를 줄인다. 해일럽처럼 다른 장르와 만나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좋은 협업의 조건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발견한 좋은 협업의 조건.


첫째, 궁합이 맞아야 한다. 한상태의 말처럼, 기술보다 성향이다. 안 맞는 사람과 억지로 하면 둘 다 지친다.


둘째, 신뢰가 있어야 한다. Route1처럼 상대방이 보내준 것을 존중해야 한다. "이거 다시 해 봐"가 아니라 "이거 좋네, 여기에 이렇게 더하면 어떨까"가 좋다.


셋째, 솔직해야 한다. 커비처럼 못 하면 못 한다고 말해야 한다. 애매하게 끌면 결과물이 애매해진다.


넷째, 소통해야 한다. 조우진의 밴드처럼 단톡방에서라도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침묵은 오해를 낳는다.


다섯째,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해일럽처럼 다른 장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내 것만 고집하면 새로운 것이 안 나온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인디 뮤지션은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작곡도 혼자, 녹음도 혼자, 믹싱도 혼자. 돈이 없으니 다 혼자 해야 한다. 그래서 외롭고, 그래서 지친다.


하지만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혼자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함께할 때 시너지가 난다. 함께할 때 더 멀리 간다.


콜라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라. 좋은 보컬리스트를 만나라. 좋은 연주자를 만나라. 그리고 함께 만들어라.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 셋이. 그렇게 만든 음악이 더 오래 간다.


Route1이 함께 가듯, 램쉘터가 함께 연주하듯, 더 밀리웨이스가 아들과 함께 노래하듯.


콜라보는 기술이다.


배우자. 연습하자. 함께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팬이라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