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의 힘

by DjGirin

혼자서는 음악을 시작할 수 없다.


누군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무대에 서는 거야. 이렇게 곡을 쓰는 거야. 그 '누군가'가 모인 곳이 커뮤니티다.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대부분이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동아리에서, 크루에서, 씬에서. 혼자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동아리에서 크루로


NWV는 다섯 명의 힙합 크루다. 슈퍼루키 챌린지 시즌 14 우승자들.


"일단은 저희가 이제 남서울대학교 이제 힙합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인데요."


대학 동아리. 거기서 만났다. 그리고 군대에 갔다.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다 같이 군대에 가 가지고 이제 거기에서 이제 음악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가지고 우리가 동아리의 이름을 바꾸고 우리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자는 의견이 맨 처음 나왔어요."


군대에서 마음이 깊어졌다. 더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크루를 만들었다.


프레시 라인은 그때의 감정을 이야기했다.


"저는 사실 너무 든든했어요. 왜냐면은 제 주변 사람들 봤을 때 군대에 가서 음악과 좀 멀어져서 나온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이게 진짜 음악을 너무 사랑하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가서 더 발전해서 나오더라고요."


군대에서 음악과 멀어지는 사람도 있고, 더 깊어지는 사람도 있다. NWV 멤버들은 후자였다.


"근데 여기 있는 친구들은 다 그랬어요. 근데 이 친구들이 같이 하자고 해주니까 어, 너무 땡큐죠."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커뮤니티의 힘이다.




흑인음악 동아리


P.ne는 서강대 중앙동아리 '어비스'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이게 어떤 동아리에요? 서강대 중앙 동아리이고 그 흑인음악 동아리에요."


정식 명칭이 흑인음악 동아리. 밖에서는 힙합 동아리라고 부른다.


P.ne는 원래 밴드 동아리에 있었다.


"밴드 동아리를 하다가 이제 제가 약간 밴드 보컬이 아니라는 걸 좀 느꼈어요. 목이 계속 나가고 하다 보니까 아 난 밴드는 아닌가 싶어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았다. 힙합 동아리에 랩만 있는 게 아니라 보컬도 있었다.


"그럼 여기 가서 R&B 보컬을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어비스는 다 창작곡이에요."


동아리에서 창작곡을 만든다. 팀을 이뤄서.


"처음에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거를 차례로 보여주고 피드백 받고 그다음에 이제 팀을 만들어서. 처음에 한 자리에 다 모여서 다 그럼 노래를 불러요. 프로듀서들은 비트 틀어 하는 사람 하고 보컬 앞에 그냥 교실에서 한 명씩 나가가지고."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함께 만든다.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그게 동아리의 힘이다.




혼자 남은 동아리방


스디는 다른 경험을 했다. 동아리에 혼자 남았다.


"동아리실에서 모두가 이제 자기의 이제 미래를 위해서 동아리를 그만두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이제 공부하러 가고 자격 따러 가고 이제 휴학하고. 저 혼자만이 우두커니 남아 있는데."


다들 떠났다. 스디만 남았다.


"우연히 이제 인터넷에서 무료 샘플 기타를 발견해서 여기에다가 노래 한번 써 봐야겠다 해서 후다다닥 정말 30분 만에 써서 그거를 이제 들으면서 귀가를 했어요. 집으로 아주 껌껌한 밤에."


혼자 남은 동아리방에서 곡이 탄생했다. '어떤 날'이라는 곡.


"근데 어, 노래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아 이거 되네. 이거 되게 좋다. 내야겠다."


외로움 속에서 탄생한 곡. 하지만 그 곡이 다시 연결의 시작이 됐다.


"정말 뭐 응원을 해 주시거나 정말 무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거나 또 그 곡을 통해서 좋은 동료들을 얻기도 했고."


커뮤니티가 사라져도 음악은 남는다. 음악이 다시 커뮤니티를 만든다.




지역 씬의 현실


발악은 울산에서 힙합을 한다.


"울산 힙합 시장이라고 해봤자 울산대학교 힙합 동아리가 전부예요."


서울과 다르다. 클럽도 없고, 공연장도 적고, 네트워킹 기회도 없다.


울산에도 한때 클럽이 있었다.


"시프트 6라는 클럽이었는데 거기가 레이블도 같이 했거든요. 근데 시프트 6가 이제 서울로 가더라고요."


클럽이 서울로 갔다. 씬이 위축됐다.


그래서 발악은 직접 만들었다. 팀 코맷이라는 버스킹 팀을.


"팀 코맷이라는 버스킹 팀을 직접 제가 만들었거든요."


없으면 만든다. 씬이 없으면 씬을 만든다. 그게 지역 뮤지션의 생존법이다.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밴드


네온더키즈는 고등학교 음악 동아리에서 만났다.


"선후배 사이거든요. 같은 고등학교를 나와서. 고등학교 음악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고등학교 동아리. 거기서 밴드가 시작됐다.


권혁주의 밴드 '나사이'도 비슷했다. 고등학교 친구와 시작했다.


"그 친구가 이제 딱 리더라 그래서 '같이 음악 할 거면 자기를 만나라' 하고."


드림라이크라는 친구.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다. 그 친구가 밴드를 만들자고 했다.


"녹음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 또 보컬분을 만난 거예요."


녹음실에서 보컬을 만났다. 그렇게 팀이 완성됐다.


커뮤니티가 커뮤니티로 이어진다. 동아리에서 만나고, 녹음실에서 만나고, 공연장에서 만난다. 연결이 연결을 낳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LGW는 지방에서 음악을 한다.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 찾는다.


"커뮤니티에서 비트메이커를 찾는다는 공고를 올렸는데. 그런 커뮤니티나 채팅방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프로듀서를 찾는다. 비트를 구한다.


hozintheroom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그리고 보통 이제 음악을 시작할 때 커뮤니티 이런 거 많이 찾아봤는데 스칼렛이 입문 장비로 유명하잖아요."


장비 정보도 커뮤니티에서 얻는다. 믹싱 정보도 커뮤니티에서 얻는다.


"커뮤니티 같은 데에서 이제 적은 페이를 받고 하시는 그냥 그 학교 전공생이나 뭐 이런 분들 딱 볼 때 제가 들었을 때 느꼈던 게 '이 정도면 나도 조금만 공부하면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보고 배운다.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VMR이라는 커뮤니티


옫쏭은 VMR에 대해 이야기했다.


"VMR이 큰 빛이 되고 있습니다."


인디 뮤지션에게 방송 출연 기회는 드물다. VMR은 그 기회를 준다.


더 밀리웨이스도 커뮤니티의 힘을 이야기했다.


"그 커뮤니티에 있는 친구들하고 예전에 여고생 해방전선이란 밴드를 잠깐 했었어요."


커뮤니티에서 밴드가 탄생한다. 커뮤니티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나도 VMR을 하면서 느꼈다. 63명의 뮤지션을 만났다. 그들이 또 서로를 알게 됐다. 연결이 생겼다. 커뮤니티가 됐다.




슈퍼루키 챌린지


NWV는 슈퍼루키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저희가 저희가 랩으로 아마추어 중에 그냥 계속 1등이라고 생각을 솔직히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거만한 점도 있었는데."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보니 달랐다.


"여기 나오고 보니까 세상에 너무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고 너무 멋진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은 걸 배워서 그걸 통해서 저희가 얻어가고 배울 점도 너무 많았었고."


겸손을 배웠다. 더 넓은 세상을 봤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저희가 지금도 교류하고 막 연락하고 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아졌거든요."


네트워크가 생겼다. 경쟁자가 동료가 됐다. 그게 대회의 진짜 상금이다.




커뮤니티가 사라질 때


스디처럼 커뮤니티가 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도 있다.


동아리원들이 떠났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휴학하고. 혼자 남았다.


그 외로움 속에서 곡이 탄생했다. 그 곡이 다시 사람을 만나게 했다.


커뮤니티는 영원하지 않다. 사람들은 떠난다. 씬도 변한다. 클럽도 문을 닫는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얻은 것은 남는다. 배운 것, 만든 것, 함께한 기억. 그게 다음 커뮤니티의 씨앗이 된다.




내가 배운 것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혼자 시작한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보여줬다. 누군가가 함께했다. 동아리에서, 크루에서, 온라인에서.


NWV처럼 군대에서 마음이 깊어지고, P.ne처럼 동아리에서 첫 곡을 만들고, 발악처럼 씬이 없으면 직접 만든다.


커뮤니티는 시작점이다. 처음 음악을 배우는 곳. 처음 무대에 서는 곳. 처음 피드백을 받는 곳.


커뮤니티는 안전망이다. 실패해도 괜찮은 곳. 틀려도 배울 수 있는 곳. 외로울 때 돌아갈 수 있는 곳.


커뮤니티는 확장이다.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함께하는 곳.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곳.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곳.




커뮤니티를 찾아라


지금 음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첫째, 동아리에 들어가라. 대학에 힙합 동아리가 있고, 밴드 동아리가 있다. 고등학교에도 있다. 거기서 시작해라.


둘째,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라. 지방이라서, 학교에 동아리가 없어서 못 한다는 건 핑계다. 인터넷에 커뮤니티가 있다.


셋째, 대회에 나가라. 슈퍼루키 챌린지처럼, 지역 경연대회처럼. 거기서 동료를 만난다. 경쟁자가 친구가 된다.


넷째, 없으면 만들어라. 발악처럼 버스킹 팀을 만들어라. 스디처럼 혼자라도 곡을 만들어라. 그 곡이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커뮤니티의 힘을 믿어라.


함께할 때 더 멀리 간다. 함께할 때 더 오래 버틴다. 함께할 때 더 좋은 음악이 나온다.


NWV가 함께 우승했듯, P.ne가 동아리에서 첫 곡을 만들었듯, 63명의 뮤지션이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듯.


혼자가 아니다.


함께하는 사람을 찾아라. 그게 음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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