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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Mar 17. 2018

지금 만나러 갑니다

La vita è un film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이 반드시 의미를 남기는 것은 아닌가 보다. 적어도 사람들이 킬링타임 영화라는, '시간 죽이기'용 영화를 따로 구분 짓는 것을 보면 말이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첫 영화로 <리틀 포레스트>를 관람한 후 한동안 남아있던 여운으로 인해 지난 몇 주간 행복했는데, 얼마 전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 나서는 도통 어떻게 리뷰를 남겨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글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일말의 압박감도 없다면 거짓말이고, 이왕이면 진정으로 느낀 바를 성실히 쓰고 싶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남긴 잔상은 거의 암흑에 가깝기 때문에 짧고 간결하게 소감을 남기고자 한다.      



소지섭,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힘은 위대해서 그저 영화 포스터에 그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알겠지만 이밖에도 훌륭한 카메오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탓에 배우 라인업은 별점 다섯 개를 줄만 하다. 아무튼 감성 멜로의 대표 배우 손예진과 소지섭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겉보기에는 아름답다. 하지만 내용의 전개나 상황 설정을 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클리셰가 잔뜩 등장한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그런, 저급한 소재들. 인물의 행동이 억지웃음과 억지 감동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 또한 아쉽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의 맑고 씩씩한 모습이나 손예진과 소지섭이 재회하면서 다시 만들어가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고 눈물짓게 하지만, 중간중간 흐름을 깨는 몇몇의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나! 어쩌면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기 전에 먼저 일본판 영화나 원작 소설을 봤으면 또 다른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렴풋한 상상만으로 마주하게 된 영화는, 내게 그 어떤 울림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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