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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Jul 04. 2018

the world is mine,<잉글랜드 이즈 마인>

La vita è un film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으면-하고 꿈꿔본다. 하지만 현실은 공정을 넘어 냉정하기 짝이 없다. 나의 예상과 기대를 곧잘 벗어나고, 빛과 어둠이 시도 때도 없이 교차한다. 우리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순리를 진즉에 깨닫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쥐어보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결국 '가능성'이라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둠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명암(明暗)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충만한 영혼을 만들어가는 일은 오로지 내 손에 달려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을 품고자 꿈꿨던 청년이 1980년대의 영국에도 있었다. 바로 <잉글랜드 이즈 마인>의 주인공이자 '더 스미스(The smiths)'의 보컬, 스티븐 패트릭 모디세이다.



다음 영화 스틸컷


 스티븐의 삶 속에 문학과 글 쓰기는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일상은 대부분 수첩 혹은 타자기에 글을 써 내려가는 일로 이뤄진다. 타고난 내향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문학만큼이나 사랑하는 음악도 그의 좁은 방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혼자서 감상하고, 따라 부르고, 노래를 짓고. 낯선 이를 만나는 상황조차 버거운 그에게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무명의 천재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 나타나는 일이 절실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또 다른 예술가 린더를 만나게 되고, 스티븐은 그녀에게 습작 노트를 들킨다. 린더는 스티븐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그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상은 나 같은 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스티븐에게 린더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스티븐과 린더가 주고받는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 찰스 디킨스의 문장은 그 자체로 그들의 꿈을 물들이고, 이상을 드높였다.


다음 영화 스틸컷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길을 아무런 문제 없이 좇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운이 좋은 거지만, 스티븐에게도 현실은 가혹했다. 돈벌이는 해야 했기에 세무사 직원으로서의 삶을 놓을 순 없었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열정은 오직 습작과 음악에 머물러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남몰래 쓰고, 고뇌하고, 또 썼다. 음악에 대한 꿈이 더욱 절실해지자 스티븐은 기타리스트 빌리에게 다시 찾아가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고, 무대에 설 기회까지 얻게 된다. 그들은 첫 무대에서 바로 런던의 한 기획사의 눈에 띄어 명함을 받고, 이제 성공가도를 달리느냐 마느냐를 논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인물의 '성공담'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에 지나지 않겠으나,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결코 그 길을 따르지 않는다. 영화는 그럴듯한 전개를 철저히 빗겨 나간다.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 첫 발을 내딛으려는 스티븐이 마주한 현실세계는 더없이 지난했다. 청년 시절을 살아가는 누구나 겪기 마련인 문제를 그도 겪었고, 온몸으로 아팠다.


다음 영화 스틸컷


 스티븐이 절망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청년시절만은 잃지 말라'라고 당부한 신영복 선생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신영복 선생은 '나중에 인생의 세속적 성공과 연결이 되든 안 되든, 꿈과 이상을 불태운 청년시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현재 청년시절을 살아가는 일원이기에 그의 말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평생토록 잃고 싶지 않은 말이라고도 생각했다. 스티븐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덕이 아닐까 싶다. '꿈과 이상을 불태운 청년시절'. 내 앞에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이 놓여 있을지라도, 나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용기와 믿음은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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