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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Sep 09. 2018

발문


 '11개국, 36개 도시, 9개의 마을'은 152일의 시간이 낳은 산물이다. 시절은 공정하게 흘렀고, 그 속엔 변화가 있다. 여행길을 헤매던 다 닳은 신발, 망가진 피부, 검게 탄 팔과 다리. 외적으로는 방랑자의 모습과 흡사할지라도 나의 내면에 깃든 충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낯선 공간을 자유로이 부유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름답고, 진실하니까.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이 삶의 군데군데를 물들였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인간의 재주가 꽃피운 문명의 흔적, 멀고도 가까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무엇보다도 나는 여행을 하면서 세상에 대한 존경심을 품게 되었고, 더 나아가 희망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삶의 형태가 축조되고 있고,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실재하고 있는가.

 

 세상은 내게 살아있는 배움을 남기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웠다. 가장 진한 잔상을 남긴 대상은 역시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지닌 저마다의 삶의 방식에 숭고함을 느꼈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도 깨달았다. 우리 각자의 인생은 어떤 모양으로도 정형화될 수 없다. 중요한 건 가능성에 대한 믿음뿐이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삶은 없다.


<스며드는 여행>은

결국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글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글을 쓰는 순간에 나는 가장 나답고, 가장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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