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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Oct 16. 2018

여름날의 판타지, <펭귄 하이웨이>

La vita è un film


애니메이션 영화는 '움직임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특수촬영 영화의 한 가지'다. 그래서일까?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환상 속에 빠져들었다. 특히나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펭귄 하이웨이>는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의 환상’ 같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펭귄, 비밀의 숲속, 창문 너머로 펼쳐진 너른 바닷가, 여름밤의 축제, 고요한 전철역. 이 모든 장면의 섬세한 묘사와 색조가 꿈결을 부유하는 듯, 말랑말랑한 기분이 들게 했다.




우리 동네에 펭귄이 나타났다!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 남은 11살 ‘아오야마’의
동네에 펭귄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평생 잊지 못할 모험을 담은 판타지 어드벤처.

3,888일 뒤면 어른이 되는 11살 남자아이 아오야마는 매일 세상을 공부하고 새로 알게 된 것을 기록한다. 여름방학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아오야마네 마을에 펭귄이 나타난다. 바다도 없는 주택가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펭귄들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간 걸까?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출처: Daum 영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인 <펭귄 하이웨이>는 모리미 토미히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주말에 막을 내린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이기도 해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펭귄 하이웨이>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읽고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인터뷰를 살펴 보았다. 감독은 “관객들이 소년 아오야마를 응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년이 자신을 둘러싼 이 세상을,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펭귄을, 좋아하는 누나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알고자 노력한다. 감독은 “어느 순간 알기를 멈추는 어른들과 다른 이 소년을 응원하고, 앎의 기쁨을 느끼길 원한다”고 했다. (인터뷰 출처: 싱글리스트)


영화를 볼 때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가슴에 톡 와닿았다. 아오야마는 끊임없이 관찰을 하고, 이론을 세우고, 실험을 하는 소년 과학자이다. 소년의 연구의 근원이자 목적은 바로 좋아하는 누나다. 누나를 알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펭귄이 마을에 나타난 것이 누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누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소년은 아이다운 호기심, 순수함과 더불어 아이답지 않은 진지함까지 지니고 있었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삶과 죽음의 정수를 꿰뚫는 철학자의 면모도 있었다. 마냥 순수함에 물들기에는 생각보다 진지하고, 복잡해서 과연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이 맞나 싶었다. 특히 어느 날 밤, 엄마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우는 동생에게 아오야마가 하는 말은 11살의 나이에 깨우치기 힘든 진리였다. 소년은 사람은 모두 죽게 되어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동생에게 담담히 전하며 달랬다.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아이의 순수함은 결국 어른의 머리가 투영된 아이인것만 같아서,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서사는 결코 뻔하지 않았다. 현실의 프레임에서 발생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 일어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기엔 스포가 될 거 같아 이쯤에서 멈추겠지만 단순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맑은 아기자기함을 기대하고 갔다간, 벙 찐 상태로 영화관을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내게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남아 있지만, 그 자체로 남겨둬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의 환상 속에 머물고 싶다면.



*사진 출처는 모두 Daum 영화 이미지입니다.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미리 관람하고 본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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