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l Nov 11. 2018

견생이든 인생이든, <베일리 어게인>

La vita è un film


도서관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개를 주제로 한 문학서적과 예술서적을 각각 한 권씩 발견했다. <개를 읽는 시간>과 <강아지 책>이 바로 그것인데, 인류의 역사에서 개는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동물이었나 보다. 두 권의 책에서 등장하는 개들은 모두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적 존재'로 묘사되었으니. 오랜 기간 인간의 두터운 사랑을 받아온 특별한 동물로, 우리 삶의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이 세상에 개를 학대하고 괴롭히는 나쁜 인간은 있지만, 나쁜 개는 없다. 부슬비가 내리던 어느 가을날, 나는 개를 주제로 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나고 왔다.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미국 영화, <베일리 어게인>이다.   


이든과 베일리의 첫 만남, daum 영화 <베일리어게인>



귀여운 소년 ‘이든’의 단짝 반려견 ‘베일리’는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다시 시작된 견생 2회차, 아니 3회차?!

1등 경찰견 ‘엘리’에서 찰떡같이 마음을 알아주는 소울메이트 ‘티노’까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성별과 생김새, 직업(?)에 이름도 바뀌지만,

여전히 영혼만은 사랑 충만! 애교 충만! 주인바라기 ‘베일리’


어느덧 견생 4회차, 방랑견이 되어 떠돌던 ‘베일리’는

마침내 자신이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출처:Daum 영화


꼬마 이든과 베일리, daum 영화 <베일리어게인>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개의 시선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베일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나는 누구이고, 왜 태어난 거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지?'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베일리. 어, 이건 인간도 평생토록 고민하며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하는 주제인데.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인지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상상력이지만 나름 그럴싸한, 때론 생각지도 못한 '강아지적 해석'은 유쾌함이 넘쳤다. 장면마다 귀여움으로 무장한 베일리의 모습과 말투에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끊임없이 실소를 터뜨렸다. 다 같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보는 영화랄까? 


청년 이든과 베일리, daum 영화 <베일리어게인>


베일리는 이든과 함께 성장한다. 힘이 넘치는 소년과 강아지가 만나니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남기는 건 당연지사. 그 속엔 그 시절 누구나 겪을 법한 소년의 성장기가 담겨있다. 부모님의 불화, 첫사랑의 시작, 미래를 향한 고민. 결국에는 피할 수 없는 이별. 베일리는 노화로 죽게 되지만, 다른 개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면서 각기 다른 주인을 만나고,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여러 번의 견생을 겪으며 베일리는 첫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다른 몸으로 이든과 재회를 하게 되지만 베일리는 여전히 베일리였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저마다의 다양한 삶을 살지만, 결국 인생의 본질은 똑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3초로 이 영화는 존재 가치가 충분했다. 베일리가 견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외치는 그 말이 등장하는 바로 그 순간.


재밌게 살아. 지금 이 순간을 살아.

지나간 일로 눈살 찌푸리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일에 겁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 


중년 이든과 새로운(!) 베일리, daum 영화 <베일리어게인>



작가의 이전글 여름날의 판타지, <펭귄 하이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